쿼츠(석영)는 온도 변화에 따른 물리적 성질 변화가 적고, 고온에 강한 소재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고순도와 내구성·내열성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제작 공정에 필수적이다. 이때 용접 접합 기술이 사용되는데 기계 작업이 불가능하고 수작업만 가능하다.
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는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기술을 지키면서, 첨단 산업인 반도체 산업 기술 고도화를 위해 쿼츠 용접 전문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포항캠퍼스는 원익큐앤씨와 업무협약을 맺고 주문식 교육과정인 '원익반'을 운영 중이다.
원익큐앤씨는 기업 맞춤형 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과정 설계부터 운영까지 참여한다. 산업설비과 학생 90명은 1학기 때 가스용접, 특수용접 등 기초 교육을 배운다. 이후 3단계 서류, 면접 전형을 거쳐 15명을 대상으로 원익반을 운영한다. 선발된 학생은 6대 1 경쟁률을 뚫었다.
과정에선 캠퍼스 전공 교수뿐만 아니라 기업 품질 엔지니어, 기술 명장 등 사내 강사가 참여해 학생을 직접 지도한다. 40시간 현장실습을 통해 졸업 전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교육을 수료한 학생은 원익큐앤씨로 취업까지 연계된다.
금오공대 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한 서준호 씨는 “용접산업기사를 취득하기 위해 1년짜리 산업설비과 기능반에 입학했는데 설명회를 듣고 쿼츠 용접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쿼츠용접은 산소와 수소를 이용한 수작업 용접만 가능해 어렵지만 명장들의 도움 덕분에 잘 적응했다”고 전했다.
포항캠퍼스는 지난 10월에 '러닝팩토리'를 개관했다. 전국에서 유일한 쿼츠 용접실을 별도 구축해 맞춤식 교육훈련 환경을 갖췄다. 반도체용 쿼츠 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각종 용접, 기계가공, 성형가공, 자동제어 장비를 보유했다.
모든 산업 기반인 뿌리기술을 중심으로 설계된 것도 포항캠퍼스 러닝팩토리의 장점이다. 설계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가능한 실습장이다. 가상현실(VR)을 이용한 공정별 장비 사용법을 먼저 익힌 후 철판을 절단·성형하고 기계 가공, 용접, 자동화 과정을 거쳐 실제 제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안동수 교수는 “러닝팩토리가 갖춰지면서 자격증 위주로 학습하던 학생이 실무 감각을 빠르게 익혀 기업 현장 적용이 빠른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포항캠퍼스는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도 도입했다. 모든 데이터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장비의 가동 유무를 표시하고, 안전 센서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원익반에 참여한 안호진 씨는 “특수 분야 전문성을 쌓을 수 있어 성취감을 느낀다”면서 “특히 학교 실습 현장에서 기업 관계자에게 실무를 배울 수 있다는 게 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포항캠퍼스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직업 교육 시스템도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포스코와 연계한 '퀵식스시그마(QSS)'다. QSS 시범추진단을 조직하고, 포스코로부터 컨설팅을 받으며 함께 개선점을 찾아냈다. 공구실명제 도입, 용접실 소음 개선, 공구재료실 구축, 러닝팩토리 개선 등이 QSS로 일군 대표 혁신사례다. 이를 통해 경미한 안전사고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QSS를 담당한 포스코 행정섭외그룹 이창수 파트장은 “향후 현장의 기술인이 될 학생의 역량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얻었다”며 “내년에도 QSS를 확산시켜 기업과 공공기관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