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법이 다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국회의원 대부분이 법안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법안소위에서 기본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환자 권리 보호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수술실 CCTV법을 포함한 '환자보호 3법'이 결국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신중하게 보자”는 야당의 반대가 주원인이었다. 그러나 여당 일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와 환자보다는 의사단체와 같은 이해 단체의 입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법은 20대 국회에서도 쟁점 법안이었다. 당시에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셌지만 결국 중도 하차했다.
수술실 CCTV 법제화는 환자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의료사고를 둘러싼 논란을 감안하면 오히려 법제화가 해결책일 수 있다. 대리수술 등 불법 의료 행위와 성범죄 등을 막고, 의료사고 분쟁 시 환자의 증거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환자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거론하지만 최종 선택을 소비자인 환자에게 맡긴다면 문제 될 게 없다. 그럼에도 매번 헛발질이다. 본회의는커녕 법안소위도 넘지 못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다수의 직능단체가 법안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지역구에서 입김이 강한 이들 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을 적극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회가 입법화를 막는다면 방법은 없다. 그러나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익단체 때문이라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환자가 있어야 병원도 존재할 수 있다. 병원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면 CCTV법보다 더 강력한 규제 법안이 나올 수 있다. 일부 국회의원의 주장대로 아직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적극적으로 공론화해서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국회 선진화 못지않게 의료 선진화도 중요하다. 반대하는 병원이 많다면 우선 자율 설치를 권장하고, 병상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있다. 방법은 찾기에 달렸다. 무작정 법 통과는 안 된다는 흑백논리로 대응한다면 국민의 공분만 높아질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