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 지정…승인 가능성 커
OLED·양자점 등 차세대 기술 전환 시급
정부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쑤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팹) 매각 심의에 착수했다. 쑤저우 공장에 적용된 8.5세대 LCD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돼 매각 시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이 대형 LCD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 추진되는 팹 매각이어서 우리나라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사업 전환이 시급해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문위원회를 열고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쑤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 승인 안건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산업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지난달 말 첫 회의를 했다. 위원들은 앞으로 복수의 회의를 통해 쑤저우 팹 매각에 따른 국가안보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 평가해서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심의에 착수한 건 지난 8월 매각 계약 체결 후 3개월 만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8월 말 중국 CSOT와 쑤저우 팹(법인명 삼성전자LCD테크놀로지) 지분 60%를 10억8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쑤저우 팹 지분 10%를 보유한 CSOT는 대형 LCD 사업의 경쟁력 강화, 삼성디스플레이는 고부가 제품으로의 사업 구조 전환을 위해 계약이 성사됐다.
이해관계가 일치한 계약이었지만 쑤저우 팹 매각은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최종 실행할 수 있다. 8세대(2200×2500㎜) 이상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패널 설계·공정·제조(모듈 조립 공정 기술은 제외)·구동 기술이 모두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돼 8.5세대 팹인 쑤저우 공장이 승인 대상에 포함된다.
중국은 이미 10.5세대 LCD까지 양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8.5세대가 최대다. 기판 크기를 뜻하는 세대수는 숫자가 클수록 더 큰 디스플레이를 경쟁력 있게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65인치 LCD 패널을 제작할 때 8.5세대에선 3개 생산할 수 있지만 10.5세대에서는 8개를 만들 수 있다.
또 전 세계 대형 LCD 시장은 BOE와 CSOT가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이 주도하는 상황이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쑤저우 LCD 팹 매각 안건은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승인될 공산이 커 보인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수율 향상 및 양산 능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연관된 기술 및 특허 등은 보호 대책을 요구하거나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는 점 등 일부 쟁점은 될 수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의 국가 핵심기술 승인은 지난 2017년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 OLED 공장을 세울 때 논의된 바 있다. 8세대 이상 LCD와 함께 OLED가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돼 정부 허가를 받아야 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7월에 신청하고 2018년 1월 승인받기까지 총 6개월이 걸렸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OLED, 양자점(QD) 등 차세대 기술로 신속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중요한 시점으로 분석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