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측 일방적 요구” 사실상 거절
정부, WTO 제소 등 플랜B와는 별도로
공급 다변화·해외기업 유치 활동 계속

일본이 결국 우리 정부가 지난달 말까지 요구한 수출규제 철회 관련 입장 요청에 대한 답변을 회피했다. 한국 측의 일방적 요구라며 무대응 방침을 고수했지만, 수출규제 당시 제기한 문제 해소에 일부 성과가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측은 한국 정부가 5월 31일을 기한으로 요청한 수출규제 철회 관련 입장에 당장은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한을 정해 회신을 요구한 것은 일방적이라는 반응이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입장 표명 요청과 별개로 한국의 무역관리 체제 강화에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7월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수출 규제를 단행하면서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수출관리 조직·인력 불충분을 사유를 제시했다. 우리 정부는 조속한 현안 해결을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 3개 사유를 모두 해소했다.

하지만 NHK는 일본이 국장급 정책 대화 등에서 우리 측에 특정 기간에 무역관리 실효성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전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한 결정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제도를 개선해도 재검토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일본 수출 규제 관련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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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지난해 중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재개 등 '플랜B'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작년 일본의 수출규제를 WTO에 제소, 양자 협의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유예와 함께 제소 절차를 중단했다.

이와 별개로 일본 수출규제가 촉발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정책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밸류체인(GVC)이 재편되면서 안정된 공급망관리(SCM)가 핵심 가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해외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소부장 강국'으로 탈바꿈하는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지난달 '소부장 GVC' 재편 3대 정책을 발표했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정한 핵심 품목 100대 품목을 세계 대상 338개로 확대한다. 또 수급 다변화 지원과 국가 간 협력 채널 강화도 적극 추진한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