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세계는 엄청난 혼란과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업종은 위기가 되고 어떤 업종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항공이나 여행업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고, 쇼핑과 요식업은 온라인으로 고객이 대거 이동하며, 마스크나 진단키트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재유행하거나 언제든 신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경험은 사회·산업적 패러다임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다. 특히, 언택트(비대면)와 언맨드(무인) 산업이 부상하고 생활 속에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이며,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번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언택트 산업으로 온라인교육을 들 수 있다. 개학을 하였음에도 등교를 못하는 상황이 돼 대학교부터 초중고까지 모든 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교사들도 강의 동영상을 만드는데 익숙해지고 학생들도 점차 적응해 가고 있다. 전국 학생들의 온라인교육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사상 초유의 급진적인 교육혁신이 아닐 수 없다.
유통 산업도 크게 지각변동을 하고 있다. 온라인쇼핑 매출 비중이 올해 3월에는 50%에 이르렀고 곧 오프라인 매출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작년 동기 대비 온라인 매출이 60% 증가했다고 한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기업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온라인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코로나19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온라인쇼핑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또,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재택근무라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재택근무를 실시했고, 사무실 공간 축소, 성과기반의 업무평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증가, 출퇴근 시간 절감 등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의료계 반대에 부딪혔던 원격의료 필요성이 부각됐고, 스마트헬스케어,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행정서비스, 온라인금융, 앱·웹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더욱 성장할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나 소프트웨어(SW)가 대체하는 언맨드 산업의 대표적 분야는 스마트공장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동 중단한 공장이 1000여곳에 이르렀다고 한다. 공장 직원이나 복리시설 근무자의 감염이 원인이었는데, 이러한 위험 때문에라도 로봇이나 SW로 공장운영을 자동화하고 무인화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증가할 것이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로봇을 활용하는 사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로봇이 40여종 커피를 주문받고 제조하고 픽업까지 해주는 무인로봇카페가 이미 국내에 수십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로봇이 환자를 안내하고 호텔에서 로봇이 룸서비스를 해주며, 식당에서는 로봇이 요리를 하고, 드론으로 배송을 해주는 시대가 됐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로봇 가정부, 로봇 애인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무인점포가 증가하고 무인으로 도시를 관리해 주는 스마트시티 사업은 여전히 유망할 것이다.
정부에서 언택트 산업 육성 등 포스트 코로나 경제활성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기술과 사람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AR·VR, 로봇, 핀테크, 블록체인, 바이오, 소재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과 핵심인재 양성이 필요하며, 5G 통신망 확충이 필요하다. 개인정보보호, 정보시스템보안, 실업과 일자리창출, 규제완화 또는 강화와 같은 이슈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전국적인 온라인교육 실시, 마스크판매 빅데이터 활용, 확진자 파악 및 통제기술, 빠르고 정확한 진단키트 등은 그 동안 축적한 대한민국의 기술·사회적 역량을 보여주었고 세계를 놀라게 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이 시기를 기회로 삼아 정부의 적합한 정책과 투자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모범국가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금순 한양대 ERICA 교수 kumsl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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