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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

예전에도 완성차와 전기차 간 조인트벤처(동맹) 붐이 일 때가 있었다. 2010년 초반에 일본 업체 중심으로 테슬라-파나소닉, PEVE(토요타-파나소닉), AESC(닛산-NEC), LEJ(미쓰비시-GS유아사) 등이 결성, 지금까지도 이들은 동맹 관계로 존재하고 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 굴지의 자동차 제작사와 유수 배터리 제조사 간 조인트 배터리 벤처 결성 붐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추가되고 있다.

몇 해 전에 비하면 지금 상황은 상전벽해다. 당시 조인트벤처에 부정 입장이던 배터리 제조사들은 마치 조선사인 양 엄청난 수주 잔량을 자랑하는 일이 많았다. 여기에 더해 최고의 '독보' 기술을 갖춘 탓에 기술이나 인력 유출을 우려, 중국 배터리 모범 규준을 맞추기 위한 현지 공장 증설에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조인트벤처는 완성차 업체 위주로 형성되고 있다는 게 예전과 다른 점이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바뀌게 했을까. 현재 자동차-배터리 업체 간 조인트벤처는 각기 다른 사정이 있지만 중요한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기술 평준화 시대'의 도래다. 압도하는 기술력의 배터리 제조사는 많아야 하나둘 정도이고 나머지는 이제 도토리 키 재기이다. 달리 말하면 '초격차'가 아닌 '미미한 격차', 즉 한국과 일본·중국 간 배터리 산업 경쟁력은 '미격차'의 시대다.

틈만 보고 있던 유럽연합(EU)의 이차전지 제조사들이나 1차 조인트벤처 붐에 결성된 제조사들도 핵심 소재 또는 제조·공정 장비 업체들과 함께 전지 구조와 양산 공정으로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완제품 배터리 산업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그다음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사 플랫폼에 맞는 단위 전지(소형 원통형, 중대형 각형, 중대형 파우치형) 형번을 여러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납품받아 차종별 멀티벤더로 역량을 갖춘 업체가 점점 늘고 있다. 과거 독점 공급원에서 전기차 제품 다양화로 멀티벤더가 당연시되고 있다.

테슬라조차도 파나소닉 이외에 2개 정도 업체에 '테슬라 인증'을 부여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도 이미 여러 배터리 제조사에서 단위 전지를 납품받아 자동차 양산에 투입하고 있을 정도이다.

'미격차' 상황에선 장기 수급 계약보다 '사실상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확실한 고객사 확보에 유리할 것이다. 이는 1차 제조사 조인트벤처 붐 때와는 사뭇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 배터리 제조사들도 아무리 장기 수요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해도 '빅3 자동차' 제작사가 아니면 시장 불확실성이 크다. 장기 수급 계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평준화, 즉 미격차 시대를 맞아 이미 기초(기본)도 차세대도 내용도 없는 '3무'의 위기가 이미 왔는지도 모른다. '미격차 시대'에서 다시 치고 나갈 수 있는 학문상의 기본을 진작시킬 동력을 상실한 지 오래됐음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우리나라는 더이상 배터리 강국이 아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C사의 기술과 시장 경쟁력은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인정하면서 국산 배터리 경쟁력을 능가했다. 그래서 최근 기본이 탄탄한 새 에너지 특화 대학교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기업은 배터리 운영의 비정상 환경 등에서 유발되는 피로 파괴, 진행성 불량 등 배터리 오용·남용 조건에 관한 이해와 테스팅 능력 자체가 전무하다는 것을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를 통해 반면교사로 삼아 배터리를 더 잘 이해해야 한다.

아무리 자동화율이 높은 공정이라 하더라도 증설 경쟁에 가장 소중한 건 '사람'이다.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논공행상과 인사가 공정해야 한다.

시장점유율 세계 3위, 기술력 세계 2·3위, 기초 학문은 3위에서 한참이나 뒤떨어지고 있다는 지금의 현실을 산업계나 교육계가 격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10년 후에도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미래는 여전히 리튬이온 이차전지'인 상황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음도 인정하고 지금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미격차'인 만큼 빨리 재정비해서 잠깐이나마 차지한 세계 배터리 1위의 영광에 다시 도전해 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 chulw.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