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 산업계를 덮쳤다. 중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 제조업체의 생산효율 저하가 불가피해 경영상 타격이 예고된다. 우리 기업은 바이러스 확산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근로자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절치부심이다. 현지 출장을 최소화하는 한편 현지 방문자를 자택격리 하는 등 본격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학계도 신종 코로나 영향권에 들어섰다. 오는 3월 중국 우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연례 기술 관련 학술대회 일정이 5월 이후로 미뤄졌다. 올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학술대회, 전시회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는 이들이 늘면서 중국 관련 상품 취소율이 치솟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모든 중국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제조업계, '신종 코로나' 감염 막아라
제조업계는 신종 코로나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쏟고 있다. 자사 종업원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하면 동료 전염은 물론 최악의 경우 생산라인 폐쇄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 당시 중국에 진출했던 일본 제조업체가 생산라인 일부를 폐쇄하는 등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국내 캠퍼스별 출입문에 각각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 감염 의심자를 파악하고 있다. 발병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는 7일간 자택 격리 후 출근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기타 중국 지역을 방문한 이후 발열 및 호흡기 이상이 있는 직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 받는다. 중국(후베이 성 제외) 출장 이후 이상이 없어도 부속 의원의 진료를 받은 후 출근을 받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축했다. 중국 각지에 조성된 사업장 내 임직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임시 조직이다. 삼성SDI도 내부에 같은 TF를 구축하고 직원들에게 예방 지침을 공유했다.
중국 광저우에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구축한 LG디스플레이는 28일부터 중국 출장을 잠정 중단했다.
◇ICDT 2020 연기…학계도 예의 주시
국제 학술대회도 신종 코로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차이나 등이 주최하는 국제디스플레이기술콘퍼런스(ICDT)가 연기된다.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KIDS)가 지원하는 행사다. 각국 디스플레이 전문가가 참석해 업계 주요 이슈와 미래 기술을 공유한다. 그동안 매년 1000명 이상이 참석하며 행사 규모를 키웠다.
ICDT는 2017년 푸저우, 2018년 광저우, 2019년 쿤산에 이어 올해 우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당초 오는 3월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도시 폐쇄 결정으로 예정된 일정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ICDT 조직위원회는 콘퍼런스 사이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3월에 행사를 개최할 때까지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낮다”고 알렸다. 이어서 “의료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5월께 상황이 안정될 전망”이라면서 “전염병(신종 코로나)이 효과적으로 통제된다면 5월 중순 새로운 일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신종 코로나가 올해 8월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술대회(IMID) 2020'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 기업 및 학계의 행사 참석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바이러스의 교차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자국민의 단체 해외여행을 금지했다.
◇中 관광상품 취소 급증…여행·항공 초비상
신종 코로나는 여행업계도 초토화시키고 있다. 감염을 우려한 여행객이 사전에 예약한 중국 관련 투어 상품을 잇달아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국내 주요 여행사는 이번 주 출발하는 중국 여행 예약 상품을 100%를 일괄 취소한다. 별도 취소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한다. 인터파크투어의 설 명절 이전 중국 패키지 상품 취소율은 20% 수준이다. 통상 10% 미만을 밑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설 명절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된 것을 감안하면 취소율은 한층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는 중국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줄이거나 운항을 중단하는 조치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과거 주 4회 운항한 인천-우한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티웨이항공 지난 21일 신규로 선보일 예정이었던 인천-우한 노선을 취항을 연기했다.
에어서울은 모든 중국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우한 이외 중국 노선 중단을 결정한 것은 에어서울이 처음이다. 회사는 오는 24일 예약 건 부터 운항 재개 시기까지 여정 변경 및 환불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