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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화학소재 전문 기업 솔브레인은 최근 '12나인(99.9999999999)' 수준의 고순도 불화수소의 대량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고순도 불화수소 또는 에칭가스라고 불리는 이 화학 소재는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포토레지스트와 함께 반도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느닷없는 수출 규제 조치가 없었더라면 일반 국민에게는 생소한 용어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한·일 양국의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반도체 생산의 글로벌 분업 체계에 균열을 몰고 온 수출 규제 조치는 우리 특허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수출 규제 조치가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은 특허청으로부터 수출 규제 3대 품목에 대한 특허 분석을 요청받았다. 그동안 일본 업체에 의존해 온 이들 소재 공급이 불안정해진다면 대응책은 국산화하거나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방법밖에 없었고, 어느 경우든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은 이 기술 분야의 특허 전문가들로 분석팀을 구성하고 관련 특허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 결과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이들 제품과 관련해 압도할 정도로 많은 특허를 일본 업체가 선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반도체 핵심 3대 품목의 세계 특허 점유율을 보면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이 65.1%인 반면에 우리나라는 9.1%로 일본의 약 7분의 1 수준이었다.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은 일본 55.3%, 우리나라 38.4%로 나타났다. 불화수소의 경우 일본이 33%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5.2%로 현격한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특허청과 범정부 차원의 대응 전략 수립에도 활용됐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별법'을 제정하는 한편 연구개발(R&D) 예산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인 약 2조1000억원으로 대폭 증액했으며, 소부장의 국산화 R&D를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이 같은 R&D를 통해 제품 생산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일본이 선점한 특허와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국산화의 의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소부장의 국산화를 위한 R&D와 동시에 일본이 선점하고 있는 특허를 분석하고 이를 우회하거나 이보다 한층 진보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특허청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와도 협의해 올해 추진하는 소부장 관련 R&D 사업 전반에 대해 특허분석(IP-R&D)을 추진한다. 결과부터 본다면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의 업무량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났지만 일본 특허에 대한 의존을 걱정하지 않고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의 핵심 수출품 생산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둘째 일본 기업이 이들 제품 생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특허로 출원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제조 기술에서 일본 기업은 모든 공정에 대해 특허출원을 하지 않았다. 후발 기업이 최종 제품의 역설계를 통해 모방을 쉽게 할 수 없는 어려운 공정은 영업비밀로 보호했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은 특허 검토를 통해 해당 영업비밀로 보호하고 있는 핵심 기술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고, 그 결과 이를 R&D 과제로 설계하고 빠른 기술 개발로 국산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어우러지면 조만간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소부장으로 생산한 우리 수출품이 글로벌 시장을 석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이와 함께 진정한 소부장 국산화는 특허 전략과 함께할 때만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한다.

김태만 한국특허전략개발원장 info@kist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