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부산에 2개 벤처협회가 활동한다. 부산벤처기업협회(BUVA)와 벤처기업협회(KOVA) 부산지회(현 부산정보기술협회, PIPA)다.
BUVA는 2006년에 설립했다. 자동차·기계부품 및 환경, 바이오 등 중소·중견 제조업 중심이다. 200여개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PIPA는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업체 중심으로 1999년에 설립했고, IT 기반 스타트업을 비롯해 200개 이상 기업이 회원사로 등록했다.
BUVA는 설립 초 KOVA 부산지회로 활동하다 독자 노선을 택했다. KOVA와 회비 처리 및 지원금 액수 등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근본 이유는 업종이 너무 달라 제대로 섞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KOVA는 IT·SW기업이 주류이고, BUVA는 제조업 중심이다.
PIPA가 KOVA 부산지회를 맡았다. KOVA는 벤처 대표성 유지 차원에서 지회가 필요했고, 외연 확장이 필요한 PIPA와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벤처 대표성, 중복성 논란이 뒤따랐다. 신생벤처는 어디에 가입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는 지역 벤처 활성화 사업을 어디와 논의해야 하나 등등.
BUVA와 PIPA는 통합 논의에 나섰지만 견해차만 확인한 채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BUVA는 통합으로 지역벤처 역량을 키우자고 했고, PIPA는 KOVA라는 큰 울타리에서 통합해 시너지를 내보자고 주장했다.
PIPA는 내년 정기총회를 기점으로 하여 KOVA 부산지회로 공식 출범한다. 명칭은 '부산정보벤처협회'로 바꿀 계획이다. 회원사 영입도 기존 IT·SW 중심에서 부품·소재, 디자인 등 제조IT 융합 신산업으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BUVA는 그동안 다져온 자립 기반을 확고히 하는 한편 전국벤처기업단체협의회 및 7개 지역벤처협회와의 협력 사업 추진 등 지역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역 벤처업계를 대변하는 협회가 2개 이상이라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 '내가 대표'라는 주장을 접고, 때론 경쟁하고 협력하면 지역 벤처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갈등을 뒤로하고 서로를 인정하면서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 양대 부산벤처협회가 되길 기대한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