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서 1985년생의 서른다섯살 임원이 탄생했다. 만 나이는 서른네 살로, 30대 중반이다. 역대 최연소 임원 기록이다. 심미진 LG생활건강 상무 이야기다.
대기업의 30대 임원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이 소식을 들은 30대는 술렁댔다. 해당 임원이 '금수저'일 것이라 단언했다. 어쩌면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심 상무는 '금수저'가 아니었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인턴을 거쳐 LG에 입사한 평범한 직원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라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
'46㎝ 치약'과 '샤프란 꽃담초' 섬유유연제. 심 상무가 개발한 제품명을 듣고서야 고속 승진을 이해했다. 두 제품은 생활용품 시장에서 LG생활건강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 효자상품이다. 심 상무의 발탁은 단순한 '이벤트성' 인사가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다.
철저한 성과주의와 보상. 30대 임원 뉴스가 던진 메시지다.
LG뿐만 아니라 삼성, SK, 롯데 등 주요 기업들의 연말 재계 인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여기서도 깜짝 놀랄 만한 인사가 나올 수 있다.
'파격 인사의 순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정권자가 조직에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다. 또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능력 있고 성과를 냈다면 충분한 보상이 이어진다는 것은 조직의 동기 부여 차원에서도 좋다.
앞으로 대기업의 30대 임원 승진 소식은 점점 보편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산업 시계가 매우 빨라진 가운데 젊은 인재의 조기 발탁은 계속 늘어날 공산이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신입 사원에서 임원이 되기까지 평균 22.1년이 걸린 것으로 나왔다. 물론 심 상무처럼 30대인 입사 12년 만에 '대기업 별'을 단 임원도 있다.
젊은 임원 승진자를 부러움이나 좌절의 원인으로만 봐선 발전이 없다. 발탁 인사가 좋은 모델로 인정받고 본받고 싶은 대상이 될 때 그 조직은 더 건강해질 것이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