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수출·투자 부진에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개월째 '경기부진' 판단을 이어갔다.
KDI는 10일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가 확대됐지만 수출이 위축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기를 '둔화'로 판단했다. 4월 '부진'으로 표현을 변경한 후 이달까지 7개월째 같은 평가를 지속했다.
생산 부문에선 서비스업생산 증가폭이 확대됐지만 광공업생산, 건설업생산이 큰 폭 감소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8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조업일수 증가 영향이 사라지며 광공업생산이 큰 폭 감소한 영향 등으로 전월(0.7%)보다 낮은 0.2% 증가(전년동월대비)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기저효과가 약화되면서 감소폭이 축소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분석이다. 전년동월대비 8월 설비투자는 2.7% 감소하면서 전월(4.9%)보다 감소폭이 축소됐다. 건설투자는 토목부문 개선에도 불구하고 건축부문 부진이 심화되면서 감소세를 지속했다.
9월 수출은 글로벌 경기 하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와 석유류가 큰 폭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전년동월대비 9월 수출금액은 전월(13.8% 감소)과 유사한 11.7% 감소를 기록했다.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 다만 현재가 디플레이션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린다. 민간에선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 있는 반면, 정부·한국은행은 판단이 다르다. KDI도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KDI는 “9월 소비자물가 하락은 전월에 비해 농산물,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며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면서 “이를 수요 위축이 심화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은 2%대를 지키기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는 2.2%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KDI는 이번 경제동향 발표에서 경기 부진이 심화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KDI는 “제조업 재고율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어 경기 부진이 심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