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미사일' 공포 커지는데…법에 막힌 방어체계

Photo Image
사진=게티이미지.

'사우디아라비아 드론 폭격' 사태 이후 드론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관련법이 방어 체계 구축을 막고 있어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드론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전파 차단 기술이 보편화됐지만 국내에선 이 같은 행위가 전파법상 불법이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도 현실과 맞지 않다. 공격이 의심돼도 테러 목적이 확인되기 전까진 요격할 수 없다. 정부는 뒤늦게 문제점을 인식하고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정부 및 드론업계에 따르면 현행 전파법은 원칙적으로 전파 차단 행위를 막고 있다. 대통령 경호와 같은 특이 사안에 대해서만 허용한다. 이 기술은 드론 전파를 교란시켜서 강제 착륙과 회귀 등을 유도한다. 드론 조종기 주파수대를 차단, 운영 능력을 상실시키기도 한다.

드론 방어 기술은 크게 세 가지다. 전파 교란, 요격, 포획이다. 성공률은 전파 교란이 다른 수단에 비해 가장 높다. 세계적으로도 보편화됐고 효과적인 기술이다.

이 때문에 전파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이스라엘, 중국이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규제를 대거 푼 결과다. 미국은 군사용 드론 방어 기술 연구 및 시험을 자유롭게 하도록 허용했다. 현재 네바다주에 정부기관·기업 실험실이 몰려 있다. 이스라엘도 미국과 상황이 비슷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역시 국가 간 전략 무기에 대해선 제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나라별 실정에 맞게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위성항법장치(GPS)와 글로나스(GLONASS) 기반 비행 범위를 제한하는 지오펜싱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드론 위협에 대응한다.

이 같은 전파를 이용한 드론 방어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공격 드론을 격추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비행금지 구역을 운항하는 불법 드론을 발견해도 전파 교란이나 요격을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에 따라 테러 목적이 확인돼야 한다. 드론은 사유 재산으로 여겨진다. 격추 후 개인용 드론으로 드러나면 재물 손괴 혐의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국가 주요 시설보호 및 국민 안전을 위한 방어 공격 시 책임을 면제해 주는 논의가 필요하다.

업계는 공격 드론 탐지 기술 수준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금은 육안으로 드론을 포착한 뒤 후속 조치에 나서는 수준이다. 대형 드론은 군대 레이더로 잡아낼 수 있지만 소형 드론에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수백㎞ 속도로 돌진하는 드론은 미리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하면 전파를 교란해도 가속에 의해 목표물까지 일정 시간 계속 날아간다.

정부도 뒤늦게 문제점을 파악했다. 최근 법 개정 준비에 들어갔다. 전파를 차단, 교란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늘릴 계획이다. 세부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제도 보완과 병행해 관련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정부 차원의 기술 개발 과제로도 선정할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사우디 사태 이전부터 전파법 법률 개정안 작업에 착수했다”면서 “구체적 상황을 연구해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장은 “근거리망을 넘어 원거리에 사용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통신과 탐지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 업체 간 융합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