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UCI)은 미국 서부 신흥 명문대학교다. 포브스 선정 '톱10 베스트 밸류'에 뽑혔다. 스탠포드, UC버클리, USC, UCLA, 칼텍 등 미 서부 명문 사이에서 어바인이 교육도시로 부상하는 데 일조했다.
UCI가 유명한 건 학력 수준뿐만이 아니다. 선구적으로 e스포츠 장학금을 도입했다. UCI에는 다른 학교엔 다 있는 미식축구팀 하나도 없다. 대신 대학 e스포츠 리그 우승을 차지한 강력한 게임 클럽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다른 대학교가 스포츠 선수를 영입, 장학금을 제공하는 것처럼 e스포츠 분야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장학금을 제공한다. 전문 코치진 아래에서 훈련할 수 있다. 또 컴퓨터 게임 사이언스 전공을 개설해 게임 효과에 관해 연구한다. 다양한 게임 관련 학문을 가르치는데 힘쓴다.
게임과 공부는 상극이라는 기성세대 선입견을 가차없이 파괴한다.
UCI e스포츠 장학금은 구성원 100%에 반액 장학금을 지원한다. 장학금 슬롯은 26개다. 현재 클럽 소속 선수는 26명이다. 일반 스포츠 장학금과 달리 팀 전원이 장학금을 받는다.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UCI e스포츠 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게임 실력이 상위 1%에 들어야 한다. 학부성적(GPA)은 2.0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전미대학체육협회(NCAA)학업 규정과 같다. 장학금을 받는 동안 수업에 반드시 참석해야한다. 건강 관리를 위해 정해진 신체 단련 일정도 소화해야 한다. 심리·정신 지원 프로그램과 연습시간 역시 지켜야 한다. 단체 경기다보니 규율과 의사소통 능력도 유심히 본다.
케시 청 UCI e스포츠 디렉터는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과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이라며 “어울리지 못하거나 학업을 소홀히 하면 퇴출당한다”고 말했다.
UCI는 프로 생태계과 함께 직업 탐색까지 염두에 두고 클럽을 운영한다. e스포츠 산업은 기형적이다. 북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로 선수 대부분이 어리기 때문이다. 프로를 하다가 장학금을 받아 입학하거나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가 장학금을 받고 바로 프로로 스카우트되는 경우가 많다.
e스포츠는 NCAA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대학생이 프로로 나가는 데 문제가 없다. NFL 같은 경우는 대학에서 최소 3년을 뛰어야 프로로 진출할 수 있다. 그래서 학위를 따는 선수가 많다. 하지만 e스포츠는 프로팀이 많은 돈으로 학생을 유혹할 가능성이 늘 도사린다. 학업이 중단될 위험성도 그만큼 크다.
학교는 이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또 졸업 후 게임산업이나 e스포츠 산업, 이를테면 광고나 마케팅 혹은 투자회사에서 e스포츠 관련 분야에서 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청 디렉터는 “학생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며 “학위 획득을 목적으로 공부와 게임이 양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장학금 목적”이라고 말했다.
UCI e스포츠 클럽은 스폰서쉽과 광고로 유지된다. 장비와 재원 모두 후원으로 충당한다. 상금은 선수 몫이다. e스포츠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많은 기업이 후원에 적극적이어서 재원 마련에는 문제없다. 지역 기업은 물론이고 LA 메트로 권역에 있는 기업도 후원한다.
UCI가 시작한 e스포츠 클럽이 성과를 거두자 UC버클리 등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e스포츠 장학금이 널리 퍼지고 있다. 1주일에 평균 다섯 개 학교가 견학하러 전미에서 찾아온다.
NCAA 가입 종목이 아닌 e스포츠에 이런 관심은 놀랍다. 모든 대학 스포츠를 총괄하는 NCAA 인기는 NFL, MLB, NBA 같은 프로 스포츠급이다. 120여 개 팀이 붙는 최상위 디비전 FBS 경기는 전국 생중계된다. 학교는 명성과 후원금을 얻을 수 있어 NCAA 종목에 투자를 아까지 않는다. 대학이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NCAA에서도 e스포츠를 품으려는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4월 이사회는 기존 스포츠에서 확립된 규칙을 적용하면 대학 e스포츠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NCAA틀에 가두는 것을 보류했다. 독특한 생태계와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내린 결정이다.
어바인(미국)=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