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부처간 실적 경쟁으로 변질된 '규제 샌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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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서비스 심사를 누가 하는지 황당합니다. 과거 인수합병(M&A) 금액을 부풀려서 횡령해 실형까지 받은 자가 대표로 있는 업체가 혁신 금융서비스 대표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변호사도 아닌데 벤처 전문 변호사 행세를 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최근 핀테크업계에서 나온 목소리이다. 얼마 전 한 정부 부처 규제 샌드박스 서비스 업체에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이 버젓이 포함됐다.

또 다른 스타트업 사장은 규제 샌드박스 인가를 받은 해당 기업의 대표가 제로페이 사업에도 참여, 온갖 감언이설로 완장을 차려는 행동을 해 일부 기업이 반발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기업 서비스는 금융위원회에서 고배를 들이키자 다른 부처의 규제 샌드박스 갈아타기를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부처 간 규제 샌드박스 진흥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유사 서비스를 지정하거나 부처 간 할당 경쟁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 등이 혁신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협업이 전혀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사례를 보더라도 전문성 있는 심사 체계는 고사하고 규제 혁파 부처라는 이미지를 띠기 위해 여러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우선 서비스를 지정받은 기업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판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가 주는 특혜를 위해 업종을 변경하거나 특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부지기수다. 한 기업은 직원 월급을 연체, 회사 운영 자체가 되지 않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심사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은 빠졌다.

금융 당국의 규제 샌드박스(혁신 금융서비스 지정)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기술 베끼기, 특허 침해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규제 샌드박스 지정이 됐지만 서비스 상용화에 실패할 경우 책임과 관리 방안도 전무하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유망 스타트업 지원 취지는 나무랄 데 없다.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전문적인 심사 방안과 부처 간 '규제 샌드박스' 협치가 조속이 이뤄져야 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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