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SK텔레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옥수수'와 지상파 방송 3사의 OTT '푹' 결합을 승인했다. 다만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다른 OTT에 공급할 때 가격 등에서 차별하지 않도록 조건을 붙였다.
지상파 3사의 합작법인 콘텐츠연합플랫폼(CAP)은 계획대로 다음 달 18일 옥수수와 푹을 결합한 국내 최대 OTT '웨이브(wavve)'를 출시한다. 웨이브와 미국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주요 OTT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옥수수와 푹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4월 SK텔레콤 등은 CAP 주식을 30% 취득하고, CAP가 SK브로드밴드(SK텔레콤의 100% 자회사) OTT(옥수수)를 양수하는 내용의 기업결합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SK텔레콤은 CAP 최대주주로 등극하고, CAP는 옥수수와 푹을 결합해 다음 달 통합 OTT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옥수수와 푹 사이의 수평결합(동종 업계 간 결합)은 시장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지상파 3사의 방송 콘텐츠와 유료 구독형 OTT 간 수직결합(이종 업계 간 결합)은 시장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업결합 후 지상파 3사가 다른 OTT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등 정상적 경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황윤환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기업결합 후 발생하는 '봉쇄 효과'로 유료구독형 OTT 시장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돼 행태적 시정 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3사는 다른 OTT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 주문형비디오(VOD) 공급을 요청할 때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성실하게 협상해야 한다. 가격 등에서 경쟁 OTT에 지나친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다만 다른 OTT 사업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CAP에 콘텐츠 공급을 거절하는 등 협상 진행이 어려운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때에는 이 같은 조건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경쟁 사업자가 CAP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 등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상파 3사는 다른 OTT 사업자와 기존 지상파 방송 VOD 공급 계약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지·변경할 수 없다. 또 자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무료 제공되고 있는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중단하거나 유료로 전환할 수 없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나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IPTV)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의 웨이브 가입도 제한할 수 없다.
공정위는 시정조치 이행 기간을 기업결합 완료 후 3년으로 정했다. 다만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있다면 1년이 경과한 후부터 시정조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 CAP는 계획대로 다음 달 18일 웨이브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 가고 있고, 디즈니가 11월 미국을 시작으로 '디즈니+'를 출시할 계획이어서 국내 OTT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CAP는 공정위 결정을 환영하며 다음 달 웨이브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CAP 관계자는 “통합 OTT는 9월 새로운 브랜드 웨이브를 출범할 예정”이라면서 “더 많은 미디어 기업과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콘텐츠 투자로 국내 OTT 산업을 선도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