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하투(夏鬪)'를 시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선봉장은 현대차 노조다. 현대차가 두 달에 한 번 지급하는 상여금을 매달 나눠 주는 방식으로 취업 규칙을 바꾸면 총파업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는 평균 연봉이 92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해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전년 대비 10.9% 인상되고 법정 유급휴일이 최저임금 기준 시간에 포함되도록 개정되면서 직원 7200명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현대차 임금은 수당·상여금이 기본급보다 훨씬 많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작한 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급 대비 5.8%(12만3526원) 임금 인상과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사측에 요구했다. 기아차 노조도 올해 임금 12만3526원(기본급 대비 5.4%)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안을 냈다. 최근에야 2018년도 임단협을 마친 한국지엠 역시 바로 2019년도 임금 협상 시작부터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평균 임금은 8915만원으로 일본(8484만원), 독일(8892만원)보다 높다.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 역시 한국은 12.1%로, 일본(5.8%)의 두 배 이상이다.
고임금 저생산 구조는 차량가격 인상으로 이어졌고, 이는 가격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다. 2005년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엘란트라'의 가격은 1만4694달러로, 토요타 '코롤라'(1만5728달러)보다 약 7% 저렴했다. 그러나 지난해 엘란트라와 코롤라의 가격 차이는 1.3%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 '쏘나타'와 토요타 '캠리'의 가격 차이도 18.5%에서 9.9%로 줄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한 402만9000대로, 세계 7위다. 2016년 인도에 밀려 6위로 내려앉은 지 2년 만에 멕시코에까지 뒤처지게 된 것이다. 2005년에 처음 오른 '빅5' 자리는 이제 되찾기 어려운 자리가 됐다. 매년 줄어드는 생산량과 외국계 한국차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 근본 원인을 노조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