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올 때마다, 장관 바뀔 때마다, 정책실장 바뀔 때마다….”
요즘 대기업 총수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그것도 동시에 다 함께 만난다.
총수들은 지난달 26일 사우디아리비아 실세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 이어 3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7일 김상조 정책실장도 3대 그룹 총수와의 미팅을 가졌고 10일 문 대통령도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의 만남까지 치면 2주 사이 다섯 차례 회동하는 셈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장관·정책실장이 바뀌고, 국빈이 오거나 해외 순방을 나갈 때마다 참여해야 한다”면서 “일은 언제 할까 싶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제발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만 골라 진행되고 있다”면서 “총수의 피로도가 높다”고 전했다.
총수가 공식 자리에 서기까지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고위급 인사 정보에서부터 현안 공부가 필수다. 준비한 만큼의 성과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비즈니스포럼이나 국빈 방한 만찬의 경우 악수 나누고 밥 먹는 '친교' 차원이다. 비즈니스 차원의 대화를 하기엔 제약이 많다. '순방 들러리' 불만이 쏟아진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장관 등이 바뀌면 으레 상견례 자리가 뒤따른다. 추후 임명될 공정거래위원장과도 별도의 회동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
대통령과의 공식 대화 자리도 1년에 두 번 정도 있다. 만나는 횟수가 많다고 해서 '통'하는 것은 아니다. 채널을 '총수'에만 맞출 필요가 없다. 김 실장이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급한 불을 끄고자 하는 게 목적이라면 사업별 디테일에 강한 전문 경영진이나 실무 책임자와의 접촉점을 넓혀야 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