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54>글로벌 대학 평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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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제 대학가에 일상이 된 일 가운데 글로벌 대학 평가라는 것이 있다. 언뜻 교육부의 기본역량진단이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기관평가인증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대학가에는 글로벌 대학 평가라는 신경 쓸 거리가 있다.

대표 사례론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쿼퀘어렐리 시몬즈(QS)가 수행하는 이른바 'QS 세계 대학 랭킹'과 영국 더타임스고등교육이 주관하는 '타임스 고등교육 세계 대학 랭킹'을 들 수 있다. 사실 타임스고등교육이 QS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여하튼 꽤 역사가 있는 만큼 대학가에선 각각 'THE 랭킹'과 'QS 랭킹'으로 통용될 정도로 꽤나 익숙한 평가다.

이처럼 둘 다 영국 태생에다 그러다 보니 일반 인식에 비해 미국 대학보다는 영국 대학에 좀 후한 경향이 있는, 그러나 구미권 중심일 수밖에 없는 이 세계 대학 평가에 우리 대학이 신경쓰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우리 사회나 수험생이 매년 수차례 나오는 세계 랭킹 또는 아시아 랭킹을 마치 대학 서열인 듯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 대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해라도 높은 등수가 나오면 그 이후 몇 년 동안 이 수치를 쓴다는 짐짓 우스개 같은 얘기도 있다.

평가에 신경쓰는 두 번째 이유에는 대학 경영진 입장도 있다. 대학가엔 이것이 마치 경영 성과를 총정리라도 하는 듯한 분위기마저 있다. 랭킹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경영이 부실하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일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여기저기 소명해야 하는 노고도 감당해야 한다.

문제가 이 정도에 그친다면 대학 나름으로 치부하고 말면 그만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여러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일견 이 같은 평가를 준비하는 게 별반 노력을 들일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학은 이들 평가에서 가중치가 높은 지표는 높은 데로, 낮더라도 나름대로 수치를 높일 수만 있다고 판단되면 이러한 이유로 기꺼이 노력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정작 건학 이념이자 각 대학의 강점이나 특성화와는 무관하게 모든 대학이 비슷한 항목에 비슷한 투자를 하게 된다. 결국 가뜩이나 부족한 재정으로 흉내 내기에 급급해진 대학 재정의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다고 우리 대학이 모여서 평가를 안 받겠다고 나서는 것 역시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 대학이 이들 랭킹에서 빠지면 사정 모르는 외국에서는 우리 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여길 수도 있다. 명성과 브랜드가 꽤나 중요한 글로벌 평가의 잣대로 본 우리 대학의 랭킹이 실제보다 과소평가돼 있다고 보면 볼수록 나름의 경쟁력 있는 우리 대학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단지 이 같은 종합평가에 모든 대학이 초점을 맞추다 보면 재정 사정이 열악한 우리 대학이 자기 나름의 건학 이념을 유지하면서 특성화를 한다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우리 대학의 특성과 맥락에 맞는 글로벌 대학 평가를 바라지만 다른 한편으론 각 대학 나름의 자랑거리와 경쟁력 중심으로 '이것만큼은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미래 전략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자칫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이들 글로벌 대학 평가가 안 그래도 이중고, 삼중고를 겪는 대학의 목을 더욱 조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안팎으로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겠다. 이런 '제로섬' 게임, 아니 '마이너스 섬'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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