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사에 화웨이 제품 배제가 거론되면서 국내 부품 업계도 파장 확산에 긴장하고 있다. 화웨이는 한국 부품을 대량 구매하는 큰 손인 데다 한국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했다는 인식이 각인될 경우 중국의 경제 보복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한국 기업에서 구매하는 부품 규모는 연간 12조원에 달한다. 2017년 56억달러(약 6조6000억원)에서 2018년 106억5000만달러(약 12조6000억원)로 크게 늘었다.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영향이다.
화웨이가 구매하는 주요 한국 부품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등이 꼽힌다. 화웨이는 국내 부품 업계 핵심 거래처가 됐다. 삼성전자 5대 매출처에 화웨이가 속해 있고, SK하이닉스 매출의 10%가 화웨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하고,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고 있다.
화웨이 사업이 타격을 받으면 국내 부품 업계 피해가 불가피한 구조다. 만약 화웨이가 세계적으로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을 판매하지 못하는 최악 상황이 발생하면 연간 12조원 규모 부품 수출 기회가 모두 사라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사드 사태'와 같은 중국의 경제 보복이다. 한국이 미국을 따라 '화웨이 압박'에 동참하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 화웨이와 거래를 넘어 대중국 수출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최대 수출국이자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ICT 수출 2204억 달러 중 중국이 1193.7억 달러를 차지했다. 국가 수출을 책임지는 반도체 역시 중국이 핵심 지역이다.
삼성전자 매출에서도 지난해 중국이 처음으로 미주를 제치고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 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다.
가뜩이나 세계 반도체 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이 가해질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은 더 침체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가능성을 제기한다. 반도체,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희토류로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겪은 바 있다. 미국 사드배치를 이유로 중국은 우리나라에 단체관광 금지, 한국산 물건 불매 운동 등 경제 보복을 가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장비 배제가 몰고 올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