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이건희 회장 와병 5년…삼성의 과제와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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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지 10일로 만 5년이 된다. 이 회장이 쓰러지자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후 삼성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 회장이 쓰러질 당시 실적 부진 등으로 우려가 컸지만, 이 부회장 중심으로 실적 회복과 미래 사업 투자 등을 추진하며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그룹 총수 사상 첫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현재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대법원 재판 결과를 앞두고 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도 악재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실적이 급락했다. 여러 악재를 극복하고, 그룹 경영과 실적 안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장기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지속 육성하는 것도 과제다.

◇반전 거듭한 실적

이 회장이 쓰러진 직후 삼성전자는 실적 경고등이 켜진 상태였다. 2014년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4조600억원에 그쳤다. 연간 영업이익도 25조251억원으로, 전년 대비 32%나 급감했다. 당시 실적을 주도하던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주 요인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 반도체 초호황과 스마트폰 사업 회복 등이 맞물리며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상 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17년 53조6450억원, 2018년 58조8867억원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세계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서 삼성전자 실적도 급락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10분기 만에 최저 실적을 냈다. 2분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주춤한 실적 반등도 급선무다.

그동안 삼성 그룹에도 변화가 있었다. 두 차례 빅딜을 통해 화학과 방산 부문을 각각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매각했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 계열사 사업 정리 등도 진행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지속 추진 중이다.

계열사도 각자도생 체제를 통해 자체 경쟁력 강화에 몰두했다. 그 결과 전자 계열사의 경우 높은 삼성전자 의존도를 서서히 낮추고 있다. 기존에는 삼성전자 실적과 전자 계열사 실적이 연동해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자체 사업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높이면서 이 문제를 많이 극복했다. 올해 1분기에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했지만, 전자 계열사는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이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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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삼성'으로 새 도약 모색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주력한 부분 중 하나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다. 세계 전자·IT 산업계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융합, 5G,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가 급부상했다. 이들 신기술이 기존 산업과 결합하며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체제에서 루프페이, 스마트싱스, 비브랩스, 조이언트, 데이코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을 인수합병(M&A)하고,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수많은 기업에 지분투자를 했다. 이 같은 투자의 정점은 글로벌 전장부품 기업 하만 인수였다. 삼성전자는 국내 M&A 사상 최고액인 80억달러를 투자해 하만을 인수, 일약 전장부품 분야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책임경영을 선언했다. 하지만 경영 보폭을 넓히려는 순간 악재가 발생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수사를 받기 시작했고,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워졌다. 이 부회장 주도로 강화하던 M&A와 투자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삼성은 주춤했던 M&A와 투자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 신뢰 회복-투명경영 실천이 과제

삼성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국민 신뢰 회복이다. 삼성에 대한 국민 시선이 모두 우호적인 건 아니다. 국내 대표기업, 재계 1위 기업으로서 위상에 걸맞지 않다.

삼성은 많은 변화를 시도 중이다. 투명 경영체제를 갖추기 위해 이사회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줬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로만 구성했다. 글로벌 기업 출신 사외이사를 영입함으로써 국제 기준에 부응하려는 시도도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11년 만에 합의하고, 공식사과했다. 노조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도 변화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올해 1월 1일부로 협력업체 직원 8700명을 직접 고용했다. 순환출자 고리를 적극적으로 해소함으로써 정부 시책에도 부응했다. 주주친화정책 강화, 새로운 사회공헌 활동 등도 변화를 위한 노력이다.

'뉴 삼성'으로 도약도 속도를 내야 한다. 재계 1위 기업으로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사업 세계 1위를 목표로 향후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다. 주춤했던 투자와 M&A도 다시 강화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많은 변화를 겪었고, 투명 경영과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제도를 많이 도입했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국민과 사회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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