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스템 반도체가 청년들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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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대부분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반도체 기술은 1947년 미국에서 처음 탄생했고, 이후 70년이 흘렀다. 기술로는 선폭이 7나노미터(㎚)까지 생산이 가능한 초미세 반도체를 제조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제품 측면에서는 인공지능(AI)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반도체까지 만들고 있다. 시장은 꾸준히 확대, 5000억달러라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산업 역사는 1974년부터 반도체를 제조하기 시작해 이제 40년이 조금 넘었다. 선진 국가보다는 30년 정도 후발 주자로 시작했지만 1983년 64K DRAM 개발을 시발로 해서 10년 뒤인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RAM을 개발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10년 뒤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시장 1위를 달성했고, 지금도 세계 1위 지위를 선점하고 있다. 실로 세계 반도체 기술 역사상 유례없는 기술 발전 속도다. 이 모든 것은 훌륭한 인재와 과감한 투자, 정부의 적극 지원이 일궈 낸 결과다.

그러나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 가운데 하나는 메모리 분야보다 시장 규모는 더 크지만 취약한 시스템 반도체 육성이다.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육성은 반도체 최강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목표다. 지난 20여년 동안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협력해서 시스템 반도체 발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 3%라는 변하지 않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기술은 향후 자율주행차, 지능형 로봇,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전반에 걸쳐 핵심 기술로 대두될 것이다. 그에 따라 핵심 부품인 시스템 반도체 기술이 전자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서 시스템 반도체는 높은 부가 가치를 창출하며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이는 곧 청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를 잘하지 못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경쟁국에 비해 투자비 규모가 작았고, 관련 산업계 간 협력 정신 부족,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인한 새로운 경쟁자 출현에 따른 경쟁 심화, 산업에 필요한 창의 인재의 절대 부족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강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첫째 창의성 강한 고급 인재를 양성하여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수요만큼 배출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반도체 교수요원이 많아져야 하고, 고급 석·박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연구비가 절실하다. 요즘 대학원생들은 연구비가 풍성한 분야를 우선 지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두 번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지금보다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파운드리와 팹리스 기업 간 상생 협력은 경쟁력 향상에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국내외 시장 개척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시스템이 필요한 반도체라는 뜻으로, 개발 시초부터 시스템 요구에 맞춰야 해 시스템 기업과의 협력이 매우 필요하다. 또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우리 팹리스 기업들이 잘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국가 차원의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청년들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도록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활성시켜야 하며, 실패도 디딤돌로 작용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재정 및 제도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미국, 유럽, 일본, 대만, 중국에서 국가 핵심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것은 곧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선진 국가들의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부가 가치가 높다는 것을 말해 준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현재와 미래의 청년들에게 최상의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이들이 차기 신산업을 주도하는 일군이 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24일 133조원라는 거대한 금액을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발표는 우리나라 반도체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김재석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jaek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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