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형 DAR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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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얼마 전 대국민 업무보고에서 한국형 'DARPA(미국 국방고등계획국)' 연구개발(R&D) 시스템 도입 계획을 밝혔다. DARPA는 인터넷, 스텔스 기술 등을 개발·확산시키며 주목 받았다. 애플 아이폰에 쓰이는 '시리' 출발점도 이곳이다.

대규모 고위험·혁신형 연구 사업 추진을 위한 범부처 R&D 시스템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과기혁신본부 내 프로그램 매니저(PM)를 두고 5개 안팎의 국가 전략 분야를 선정, 운영한다. 7년 동안 연간 최대 1000억원을 투입해 R&D, 인력 양성, 소재·부품기업 육성, 수요 대기업 연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PM은 과제 기획-평가-관리 등 강력한 권한을 부여 받는다.

쉽게 말하면 실패 확률이 높아 민간이 하기 어려운 과제를 기획하고, 관련 부처가 달려들어 역량을 집중하는 R&D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실현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형 DARPA를 표방한 R&D 시스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고등기술원,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 글로벌프론티어연구단 등 국가연구개발사업단, 국가전략프로젝트,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 연구단 등이 DARPA 모델을 직간접 표방했다.

이 때문에 과기정통부 계획을 두고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DARPA형 시스템이 과연 우리 현실에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그러나 반대로 얘기하면 이런 논리가 한국형 DARPA 도입의 필요성을 대변한다. 모두가 주저하는 혁신 기술 개발에 부처 역량을 결집시키고, 실패해도 과정에서 얻는 결과물을 자양분으로 하여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앞서 경험한 시행착오를 밑거름으로 더욱 견고한 R&D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추진한 사업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R&D 사업 모델을 기대한다. 그곳에서 연구자가 자율성을 발휘해서 맘놓고 뛰어다닐 때 세계를 선도할 파급 기술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최호 정치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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