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같은 디지털 혁명을 이끄는 정보기술(IT) 선두 주자와 우버를 물리친 디디추싱 등 수많은 스타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거대 디지털 경제 내수 시장과 고도성장을 등에 업고 다양한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을 위협하는 경쟁국이다. 조선, 타이어, 가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우리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드론, 태양광 등 미래 성장 산업 영역에서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유나이티드 이미징 헬스케어(UIH)는 우리보다 앞서 나가는 중국의 영역이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
UIH는 의료 영상장비를 만드는 제조회사다. 우리가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가면 많이 접하는 울트라 소닉, 엑스레이,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의료 장비를 생산한다. 정밀 첨단기기는 미국 휴렛팩커드(HP), 제너럴일렉트릭(GE)과 더불어 독일 지멘스 등이 석권해 온 시장이다. 우리나라는 창업 1세대에 속하는 메디슨이 도전해 온 영역이지만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그런데 이런 첨단 의료기기 분야에서 중국 스타트업이 창업 6년 만에 유니콘기업 반열에 올랐다. UIH는 중국 명문 칭화대에서 전자공학으로 학부와 석사 학위를 받은 대니얼 머우(본명 머우샤오용)가 2011년에 창립했다. 머우는 베이징 완둥의료기기 MRI 부문 소프트웨어 매니저로 5년 동안 회사 생활을 했다. 이때 의료기기 산업 생태계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후 UIH를 설립했다.
중국 내 다수 병원이 UIH 장비를 사용하자 투자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생명보험, 중국개발은행캐피털의 2017년 투자액만 6000억원에 이른다. 의료기기 회사로는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사례다. UIH는 이 자금으로 의료에 인공지능(AI) 접목을 시도하는 자회사를 설립, 차세대 의료기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UIH의 AI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혁신 아이디어가 산업 결과물로 재탄생했을 때 미칠 파급력 때문이다. UIH의 정밀 이미징 기계는 인간이 볼 수 없는 신체 내면을 보여 준다. 이미지를 판독해서 질병을 알아내는 것은 그동안 전문의 독점 권한이었다.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 AI가 두뇌를 스캔한 혈관이나 심장 혈관에서 심장마비, 뇌졸중 등 징후를 판별할 수 있다. 피부를 촬영해서 피부암 여부, 눈의 모습을 정밀하게 촬영해서 각종 눈의 질병이나 당뇨병의 진도 등을 정밀하게 살필 수 있다. 미국 의료산업계 최고경영자(CEO)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AI를 도입하는 병원 비율은 2018년 기준 전년 대비 약 13% 늘었다. AI가 분석한 자료를 가상현실(VR), 3D 프린터, 수술로봇이 활용하면 의료 비용이 줄고 치료 효과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은 UIH의 AI 투자, 인재 영입이 곧 이 회사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배경이 될 것으로 봤다.
UIH는 2017년 일본 후지타의대에 제품을 납품하고 공동 연구 센터를 설립해서 기술력을 과시했다. 중국 전통 의학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다수의 연구소는 물론 휴스턴에는 제조 설비까지 갖췄다. 3200여명 직원과 2300개 이상 고객사를 거느린 글로벌 기업의 외형을 갖췄다.
UIH는 직원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R&D) 인력인 기술 집약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HP, 시멘스, GE 등 막강한 글로벌 브랜드 파워가 지배하는 정밀의료 기기 산업에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중국 스타트업의 비상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