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韓 전자정부 수출, 하락세 넘어 재도약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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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목표대로면 지난해 전자정부 수출 규모는 10억달러를 돌파해야한다. 그러나 전자정부 수출은 2015년 이후 내리막 길을 걷는다.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시행 후 대기업 대형 수출길이 막히고 해외 전자정부 신흥국 출연으로 경쟁도 치열해졌다.

업계는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전자정부 수출 체계를 다져야 할 시점이라 조언한다. 세계 정부가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 도입을 위한 차세대 전자정부 시스템을 구상한다. 우리나라도 차세대 지능형 전자정부 시스템을 준비한다. 수출을 염두에 둔 차세대 시스템 마련과 대·중소, 부처간 협업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할 발판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전자정부 수출 17년, 왜 수출 하락세로 돌아섰나

우리나라 전자정부 수출이 본격화한 것은 2002년이다. 한국 전자정부 시스템이 주목받은 것은 2010년 UN 전자정부평가 1위 달성한 이후다. 전자정부 글로벌 우수 평가는 수출로 직결됐다. 2010년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돌파, 2011년 2억달러, 2012년 3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전자정부 수출이 상승세를 탔다. 2015년 처음 수출 5억달러를 돌파하며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가 2018년 전자정부 수출 10억달러 목표를 발표한 것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2016년 전자정부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내외부 요인이 동시에 작동했다. 국내 대기업이 전자정부 사업에 참여제한됐고 신흥국이 전자정부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등 신흥 디지털 강국이 등장하면서 주목받았다. 이들 정부는 전자주민증, 스마트도시 등 각자 강점을 살려 전자정부 수출에 나선다. 여기에 베트남 등 과거 전자정부 후진국까지 전자정부 수출 시장에 가담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가 10여건에 달하는 전자정부 관련 시스템과 컨설팅을 제공한 나라다. 우리가 전수한 기술을 기반으로 베트남 전자정부 역량을 키워 방글라데시 등 이웃 동남아 국가 수출 시장을 공략한다. 최근 전자정부 수출을 진행한 중소기업 대표는 “베트남뿐 아니라 과거 우리가 전자정부 시스템을 수출했던 동남아 국가가 이제 내부 전자정부 역량을 키워 경쟁자나 협력자로 함께 수출 시장에 진입한다”면서 “기술도 크게 뒤처지지 않고 가격은 우리보다 낮게 제시하는 경우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모바일 등 전자정부 신기술과 환경 대응에 미흡하다는 것도 수출 하락 이유 중 하나다. 캄보디아, 라오스 등 아시아와 유럽도 최근 모바일 전자정부 수요가 높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PC 위주 전자정부 체계를 마련한 후 19년이 지나면서 모바일 대응이 늦었다. 에스토니아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모바일 전자정부 관련 다양한 사례를 확보해서다. 전자정부 수출만 10여년가량 맡아온 한 기업 임원은 “예전에는 사업 제안 발표할 때 우리나라 UN 전자정부 평가 1위를 꼭 언급했는데 최근에는 이 내용을 다 뺐다”면서 “모바일, 클라우드 등 신기술 사례가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UN 전자정부 순위를 얘기하는게 더 마이너스 요인이 될거라 판단해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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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사업 성격별 수출실적 구성비, 자료:행정안전부

◇차세대 전자정부, 분야별 특화해 세계 시장 공략

업계는 지금이 우리나가 전자정부 수출 강국 대열에 다시 올라서기 위한 최적 시간이라고 조언한다.

정부는 2016년 '전자정부 2020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지능형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새로운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는 새로운 전자정부 시스템은 기술뿐 아니라 분야별 특화 시스템을 마련해 해외에 전파하는 수출모델 마련에도 신경써야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 전자정부가 각광받았던 이유는 2000년대 초반 처음 전자정부 11대 과제를 선정해 추진 초반부터 철저히 수출을 염두에 둔 개발을 진행한 덕분”이라면서 “차세대 전자정부도 기업과 부처 간 특성을 반영해 수출까지 직결 가능한 모델을 개발해야한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상생 수출 모델이 마련도 시급하다. 2016년과 2017년 전자정부 수출액은 2015년에 비해 줄었지만 2016년에 비해 2017년 수출 기업은 늘었다. 대부분 중견 또는 중소기업이다. 중견·중소기업 해외 진출 의지는 높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견 IT서비스 기업은 최근 몇 년간 적자에 시달리며 해외 진출 투자 여력이 줄었다. 중소기업은 해외 신뢰 등 문제로 정부 보증 없이 지원이 어렵다. 2010년대 초중반 대기업이 전자정부 수출을 주도할 당시 중견·중소기업이 동반 진출하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부처 간 협업도 중요하다. 최근 행안부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국세청, 교육부(나이스 차세대) 등 주요 부처마다 자체보유한 시스템 차세대 사업을 준비한다. 부처 간 수출 공감대 마련과 협업 전략 마련이 동반돼야한다.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HIRA) 시스템 바레인 수출이 대표적이다. 당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비롯해 행안부 등 주요 부처가 함께 바레인 정부 협의를 거쳐 성공적으로 시스템 수출을 마무리했다. 단일 수출액만 250억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다.

성욱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세계 정부가 지금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기술 기반 새로운 디지털 전략을 마련하는 시점이라 우리가 다시 한 번 도약할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면서 “기업뿐 아니라 부처 간 전자정부 수출 전략을 바탕으로 체계적 수출 밑그림을 그리고 주요 사례 확보에 주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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