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밴리스 '좌초' 제로페이...나이스 등 VAN사 대거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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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BI

정부가 소상공인 간편결제 시스템 제로페이 확대를 위해 국내 밴(VAN), 결제대행(PG)사를 대거 끌어들인다.

당초 수수료 절감을 위해 중간 대행업자인 밴사를 전면 배제하겠다는 계획에서 한발 물러섰다. 사실상 중기부 등이 가맹계약을 맺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전국 네트워크를 보유한 밴사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 등이 지난 14일 2019년 제로페이 사업 참여자 모집 설명회를 개최하며, 참여 대상을 전자금융사업자와 전자금융보조사업자로 한정했다.

이는 밴사와 PG사를 제로페이 사업 참여자로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이다. 현행법으로 볼 때 해당사업자는 밴사와 PG사로 국한된다.

앞서 중기부는 밴업계와 사전 협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제로페이 사업 동참을 제안했고, 편의점 3사 등 대형 가맹점과도 접촉했다. 밴사에 제시한 안은 영세 가맹점을 제외한 제로페이 일반, 대형 가맹점 수수료 중 10%내외를 밴사 매출로 주는 안이다.

국내 최대 밴사업자인 나이스정보통신이 사업 합류를 확정했고 KICC 등 중대형 밴사도 제로페이 사업 참여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카드사 등이 추진하는 간편결제 인프라와 별반 차이가 없어진 셈이다.

실제 본사업 설명회에는 다수 밴사와 PG사가 참석했다. 이 날 설명회에 참석한 곳은 금융결제원, SMT, KG이니시스, 디골럭스씨앤씨, 스마트로, 11번가, 에잇바이트, 코세스, 로얄멤버스, 리아카, 마더테란, 퍼스트데이터 코리아, 페이콕, 한국스마트카드, 샵온에어, 유라클, 티모넷, 하렉스인포텍, 에이치알커뮤니케이션즈, 케이에스넷(KSNET), 핀크, 다우데이타, 비아이에스, 광우정보통신, 코밴, KICC(한국정보통신), 나이스정보통신, NHN KCP, 한국전자영수증, 페이업 등이다.

사실상 모든 밴사와 주요 PG사가 참석했다.

반면 간편결제 사업자는 핀크 등 대형사 외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기존 펌뱅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데다 설명회 자체가 밴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봤다.

한 간편결제 기업 대표는 “시장 구조를 전혀 모르는 사업 모집 행위”라며 “이번 사업자 모집 내용은 정부가 관리를 편하게 하자고 진입장벽을 스스로 만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또다른 간편결제 대표도 “민간 기업 사업영역을 정부가 침해한 부분까진 참을 수 있지만 기존 카드 관련 대행 사업자에게 제로페이를 개방하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히려 간편결제 사업자 진입장벽만 높였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 제로페이 사업자 내용을 보면, 결제사업자는 무조건 결제 앱이 있어야 참여 가능하다는 조항을 달았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웹 기반으로 운용하는 기업은 참여가 불가능하다. 문제가 됐던 펌뱅킹 수수료 문제도 별도로 은행과 계약해야 한다.

업계 일부에서는 중기부의 이번 선택이 가맹점 확충을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간사업자를 없애겠다고 한 취지는 밴사 참여를 막자는 의미가 아니라 가맹점마케팅 비용이나 가맹점을 중복 모집하는 비용을 효율화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향후 다양한 사업자가 제로페이에 들어와 자율경쟁할 수 있도록 간편결제 사업자 진입장벽도 순차로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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