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과 주요 금융그룹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 대응해 비상체계를 가동하고 대규모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섰다. 정부가 최대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 시행을 검토하는 가운데 하나은행이 12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은행권도 전방위적인 금융지원에 돌입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긴급 금융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경제·금융시장 영향과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사무처장을 반장으로 하는 '비상대응 금융시장반'을 즉각 구성해 관계기관과 함께 시장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100조원 규모 이상의 시장안정프로그램 등 기 마련된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신속히 시행할 방침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중동 사태 영향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물경제 지원에도 온 힘을 쏟을 것을 지시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중동 지역 정세 악화에 따라 현지 교민 대상 인도적 지원과 긴급 금융지원을 병행한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이란 사태 신속 대응반'을 신설하고, 피해 기업 경영 안정을 위해 총 12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한다. 중동 지역 진출 기업이나 수출입 실적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 이내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아울러 만기 도래 여신에 대해 최장 1년 이내 기한 연장, 6개월 이내 분할상환 유예, 최대 1.0%p(포인트) 범위 내 금리 감면 등을 실시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국제 정세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민과 기업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도록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KB금융그룹도 양종희 회장을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 대표가 참여하는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해 시장 변동성을 실시간 점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일부터 'KB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피해 기업에 최대 5억원의 운전자금을 지원하고, 1.0%p의 특별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우리금융그룹은 임종룡 회장 주도로 금융시장 모니터링, 해외 근무 직원 안전 확보, 중동 관련 거래기업 지원, 사이버 보안 점검 등 4대 분야 긴급 점검을 지시했다. 우리금융은 중동 지역 근무 직원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현지 상황에 따른 단계별 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다. 또한 분쟁 혼란을 틈탄 디도스(DDoS)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전사적 보안 점검을 재정비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 금융시장이 열리는 2일이 시장 향방을 가르는 분곡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 조치에 발맞춰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며 시장 안정을 위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