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는 수년 전 SW중심대학 사업에 나섰다. 현재 전국 30개 대학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선정된 대학은 새로운 SW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 경쟁력 있는 SW 전문 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SW교육 대상과 범위 확대도 중요하지만 어떤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하는지 방향을 잘 설정해서 교육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SW가 중심 되는 세상에선 어떤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할까. 그동안 대학 교육은 문제 해결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왔다.
급변하는 SW 산업 현장에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보면 문제 해결 능력 말고도 SW 인재가 반드시 지녀야 할 능력으로 다음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이를 구체화하는 능력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문제를 푸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설정하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결국 창의 사고 능력을 갖춰야 새 SW 서비스 또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팀 조직과 함께 소통을 잘하는 능력이다. 혼자서 완성 가능한 SW 개발 프로젝트는 이젠 거의 없다. SW 서비스 또는 상품은 코딩 기술로만 완성할 수 없다. 디자인이나 사용 편의성 등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수히 많고, 분야가 다양한 전문성이 결합된 팀플레이를 통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대학 교육 현실은 어떤가. 전통으로 대학 교육은 강의를 통해 이론을 먼저 이해시키고, 실습 또는 과제를 통해 이해 여부를 확인해서 시험으로 평가한다. 즉 교육 활동은 교육자 주도로 이뤄지며, 피교육자는 지식 이해와 주어진 문제 풀이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피교육자 입장에선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문제 풀이에만 집중함으로써 그 문제가 현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때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비록 힘들게 교육 과정을 모두 통과하고 나서도 피교육자 업무 능력이 현장에서 요구하는 것과 괴리가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학습 활동에서 주도권을 피교육자인 학생에게 주는 것이다. 대체로 PBL로 많이 알려져 있는 이 학습 방식은 문제 또는 과제 중심으로 학생들이 소그룹을 형성해서 자기 주도로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는 형태다.
학생은 문제 상황만 주어진 상태에서 문제 파악, 팀 구성, 문제 확인, 문제를 풀 수 있는 지식 습득, 문제 재확인·해결안 도출, 문제 해결안 작성·발표, 결과 정리·평가, 성찰 일지 작성 순으로 학습한다.
학생은 이를 통해 자기주도성, 팀워크, 의사소통 능력, 발표 능력, 문제 해결력 등을 기른다. 그 결과 창의력, 비판력, 전략 사고력을 함양하게 된다. 여기서 교수는 중재자 또는 코치 역할, 조교는 팀 활동 지원, 수요 기업체 멘토단은 멘토링과 모니터링을 각각 수행한다.
실제 핵심 전공 과목 수업을 이러한 유형으로 진행한 교수와 학생 후일담을 들어 보면 반응은 긍정이다. 수업 과정은 전통 방식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함에도 종합 만족도는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만나는 실제 문제를 수업 시간에 풀게 된다면 금상첨화다. 기업 측에서는 현장의 당면 문제 가운데 실제 인력을 투입하기 부담스러운 문제를 골라서 학생들에게 풀어 보게 할 수 있어 이득이다. 학교 측도 현장의 당면 문제를 학생들이 직접 도전해 보게 할 수 있어 이득이다. 산업체 현장 문제를 해결하면서 학습하는 독창성 강한 PBL 수업을 확산시켜야 한다.
도경구 한양대 ERICA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 doh@ehanyang.ac.kr
-
안수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