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본부와 현장의 온도차

학부모 A씨가 유치원을 폐원하겠다는 경기도 용인 G유치원 원장을 만난 것은 지난 6일. 원장은 폐원 의사를 접을 뜻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10일 같은 유치원 학부모 B씨가 국민신문고에 올린 글에 용인지청이 보낸 답글은 '계속적으로 유치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협의점을 찾아갈 예정. 용인교육지원청은 유치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였다. 또 다른 학부모도 이처럼 실제 상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답을 받았다. 집 앞 유치원에서 차로 20분 거리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야 할 학부모는 힘이 빠졌다. 학부모는 “믿을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TV와 신문에서 연일 교육부와 교육청이 쏟아내는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 뉴스가 나온다.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학부모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사립유치원의 막무가내식 폐원 통보에도 아이들이 안정된 상태로 교육을 받도록 교육부와 교육청이 도와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뉴스와 너무 다른 현실에 좌절감은 배가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임 후 두 달이 다 되도록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해 현장을 다녔다. 국장이 발표할 예정이던 세부 대책을 본인이 직접 발표했다. 언론 백브리핑까지 참여해 설명하는 열의를 보였다. 유치원공공성강화추진단 회의에도 꼬박꼬박 참석했다. 여야가 유아3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가회계시스템을 의무화하는 강수까지 두기도 했다. 부총리가 뛰니 교육부 유아교육 담당자들 역시 심한 스트레스와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수척해진 모습이다.

문제는 이 같은 열의를 학부모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학부모와 접점에 있는 일선 현장 공무원이 움직여야 한다. 교육부도 할일은 다 했다는 식으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 본부와 현장 사이 심각한 온도차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교육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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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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