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韓 반도체 인력 빼가기 노골화…삼성 中 이직 임원에 소송

前삼성 D램 설계 담당 임원 이직에 '실질적 피해'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

한국 반도체 업계에 인력 유출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기업이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 핵심 인재 영입에 본격 착수했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임원에 대해 최근 소송을 제기했다. 경쟁사 근무를 법원이 막아 달라며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해당 임원은 삼성전자에서 D램 설계를 담당한 인사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산업부장관표창도 받았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에서 삼성SDI로 발령난 후 올해 3분기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이직자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한 건 이례다. 전직금지가처분은 자칫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어 소송 제기 쪽에서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법원에 전직 금지를 신청한 건 그만큼 전직 임원의 이직이 상당히 민감하고, 실제 피해도 예상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 전직 임원이 옮겨간 것으로 알려진 중국 업체는 D램 반도체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A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1위 D램 업체인 삼성전자 출신의 핵심 개발 인력을 영입, 기술과 양산 능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후발 주자인 중국 반도체 기업에 추격 당할 빌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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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중국의 한국 반도체 인력 영입 시도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점이다.

최근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도 한국 반도체 인력 스카우트를 최우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표방하며 2~3년 전부터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시도했다. 당시 중국은 같은 언어를 쓰는 대만 반도체 인력을 대거 영입했다. 중국은 그러나 성과가 크지 않자 반도체, 특히 메모리 경험이 풍부한 한국 인력을 주 스카우트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회사에서 대만 엔지니어로 하다가 실패해서 한국 엔지니어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인력 영입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어서 인력 유출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임원의 전직 사례는 반도체 인력 빼내기의 시작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경험이 많은 핵심 인력이 중국으로 이직하면 중국 반도체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 반도체는 기술 문서가 유출되는 것보다 실제 양산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

인재 영입을 통한 중국의 기술 습득 시도는 첨단 분야일수록 빈번하다.

지난 7월 법원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퇴직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자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 협력사에 입사한 것이 드러나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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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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