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력 'IP경영'
현재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 핵심은 첨단기술에 대한 패권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중심에는 지식재산권(IPR)에 대한 내용이 숨어들어 있다.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 원인을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에 의한 불공정 거래라고 보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 지식재산권 출원 1위 국가인데다 '중국 제조 2025'로 첨단기술 리딩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을 심각히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지식재산권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우 일부 글로벌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관은 아직 지식재산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게다가 지식재산(IP) 가치 제고에 대한 노력도 많이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달 개최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 받았듯,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실적 중심 특허관리와 낮은 특허 활용률은 지속적으로 비판받는 실정이다. 필자가 속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포함한 전체 출연연은 지난해 전체 특허 활용률이 34.1%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보유한 특허 품질을 높이고 활용방법을 다각화해 활용률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기술이전은 물론 특허 라이센싱(Licensing), 사업화 지원, 연구소기업 창업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휴면특허 사업화를 위한 제도적 노력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이로써 보유한 지식재산 활용을 촉진하고 중소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길이 당장 시급하다. 중소기업 경우, 판로가 개척이 돼도 특허권 때문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소해야만 국제 경쟁력도 살찌울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글로벌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관리가 꼭 필요하다. 대학과 출연연도 혁신 주체로서 지식재산권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략적 관리를 위한 IP경영을 적극 도입할 시점에 와 있다.
필자가 있는 ETRI 경우 4차 산업혁명 관련 원천 핵심기술 개발과 핵심 IPR 확보를 위한 노력을 전사적으로 해오고 있다. 이동통신, 방송미디어 등 분야에서 표준특허를 선점해 글로벌 선도 연구기관으로서 위상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나아가 보유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에 특허 라이센싱을 통한 특허기술료를 확보하는 등 체계적인 IP경영으로 성과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 IP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2차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2017~2021년)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IP 국가 경쟁력 확보'를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으며 '고품질 IP 창출 및 사업화 활성화' 등 세부전략을 수립, 추진 중이다.
이제는 더 나아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계획과 세부전략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추가해야 할 점이 보인다. 첫째, 국가 연구개발(R&D) 성과에 대한 평가와 관리에 대한 인식을 보유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둘째는 지식재산권 활용을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셋째는 상대적으로 IP 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 대학 및 출연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IP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전략이 뒤받침 됨으로써 실질적인 IP 경영성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제표준특허부문 세계 5위를 달성한 기술 강국이다. 이젠 IP경영을 통해 내실을 기해 경제적 부를 축적할 시점이다.
배문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업화부문장 msbae@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