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마다 의료 데이터가 쌓이고 있지만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기자가 만난 한 대학병원 교수는 목소리를 높였다. 4차 산업혁명 물결 속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 진단기기와 치료 기술 논의가 뜨겁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관련 개발과 사업이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이 된다. 인공지능(AI)은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다.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컴퓨터가 환자 진단 목적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의료 발전을 위한 기술 혁신 핵심은 결국 의미 있는 데이터 확보다. 매일 병원에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 정보, 수술 영상, 의무 기록, 유전자 정보 등이 축적된다. 문제는 하루 수천개 쌓이는 의료 정보 데이터가 쓰레기처럼 버려진다는 점이다. 매분 나오는 수많은 의료 데이터를 '유의미한 데이터'로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 AI 진단은 투입된 데이터 분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데이터의 양과 질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국내 주요 대형 병원은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이용, 막대한 데이터를 보유했다. 병원 시스템도 우수, 빅데이터 분석·수집·활용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훌륭한 의료진도 한국 경쟁력이다. 그러나 데이터 활용을 위한 제도 장치가 미흡하다.
환자 개인정보 보호라는 미명 아래 규제만 강화된다. 개인정보 보호 대책을 잘 세우고, 비식별화 작업을 통해 정보 보안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현재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를 그대로 의료 기술 발전에 사용할 수는 없다. 병원은 물론 정부 부처별, 기관별 데이터가 표준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가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의무 기록도 병원마다 다르다. 데이터 간 연계가 미흡해 의료기기와 신약 개발, 의료기술 발전에 사용하기 어렵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 등이 나서서 데이터 표준화를 위한 범정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미래 성장 동력인 의료 발전을 위해서다. 기관 간 연계 프로그램, 통합 시스템 개발, 빅데이터 표준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전문 인력 양성도 필수다.
일본, 미국, 중국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신약·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은 후진형 정책에 머물러 있다. 오늘도 수많은 의료 빅데이터가 쓰레기가 되고 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