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려스런 월패드 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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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아파트 월패드가 해킹돼 불안감이 커졌다. 700여개 아파트 단지가 포함된 리스트가 유포, 해당 단지 주민은 공포감마저 느끼는 상황이다.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안심할 상황도 아니다. 그동안 월패드가 사실상 보안 사각지대로 놓여 있던 탓에 추가 피해 사례가 발생할 공산도 높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기자도 불안한 마음에 관리사무소, 월패드 제조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자사 제품은 안전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안심이 되지 않았다. 제조사가 파악하지 못하는 취약점은 없는지 의문이 생기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의혹이 더 드는 것은 피해 신고 건수다. 700여개 단지 수십만 가구의 피해 사례가 끊임없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황은 반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고된 아파트 단지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하고 있지만 후속 신고는 극히 저조하다. 취재 결과 채 10곳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생활이 노출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이유도 상당하다. 특히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해서 입을 다물기로 뜻을 모으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패드 제조사와 함께 쉬쉬해 하며 사태를 얼렁뚱땅 넘기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피해 사례 파악과 후속 조치다. 정부와 월패드 제조사, 피해 단지가 하루빨리 협력해서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 감춘다면 추가 피해가 늘어날 공산만 커진다. 피해 사례가 알려져서 집값이 하락한다면 하루빨리 미비한 보안 환경을 개선하면 될 일 아닌가.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단지도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월패드 제조사와 보안 상황을 점검하고, 보안 패치 업그레이드 등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조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정보보호 인증을 받은 월패드는 5개 제조사 13개 제품 정도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조사에서 인증 제품이 설치된 단지는 한 곳도 없다.

전문가들은 정보보호 인증을 받은 제품도 해커 공격 수준이 높다면 뚫릴 공산이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인증 제품을 사용하고,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 않은 곳도 살필 이유가 분명히 있다. 사고가 아파트 보안 전반을 다시 살피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피해 단지, 제조사, 정부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된다. 실기하면 누군가에 의해 집안 곳곳이 생중계될 수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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