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바이오기업, R&D 늘렸지만 개발비 급감…무너지는 사업화 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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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상장 중견 바이오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한 핵심 비용인 '개발비'는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견 기업들의 파이프라인 축소와 임상 중단이 잇따르며 사업화 역량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바이오협회 '2024년 4분기 및 연간 상장 바이오헬스케어기업 동향조사'에 따르면, 중견 바이오기업 R&D 총액은 1조5142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개발비는 1374억원으로 22.7% 급감했다. R&D 내 개발비 비중도 전년 11.6%에서 9.1%로 낮아졌다.

개발비는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임상이나 후기 단계 프로젝트에 대해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항목이다. 이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실제로 임상 진입이나 기술 이전 등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과제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중견·중소 기업들의 임상 중단·축소, 파이프라인 정리가 확산되고 있다. 임상 1상을 종료한 뒤 2상 진입을 유보하거나, 복수의 파이프라인 중 비교적 성공 가능성이 있는 후보만 남기고 나머지를 폐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오름테라퓨틱은 핵심 파이프라인인 유방암 신약 후보물질 'ORM-5029'의 미국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했다. 회사는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안전성, 약물동태학(PK), 약력학(PD) 자료를 종합 평가한 결과,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해당 프로그램의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펩트론도 연골무형성증 치료제 후보물질 'PND3174'의 제1a상 임상시험계획을 자진 취하했다.

반면 대기업의 개발비는 29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 증가했으며, 전체 R&D 중 개발비 비중이 26.3%에 달했다. 이는 중견기업 비중의 3배 수준이다. 대기업은 후기 단계 임상과 상업화 투자에 활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발 역량 양극화가 뚜렷하다.

결국 개발비 비중 급감은 국내 중견 바이오기업 사업화 역량과 투자 체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R&D 성과가 자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점도 드러낸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외부 자금 수혈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파이프라인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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