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가 수성(守城)의 영역이라면 반도체 장비는 공성(攻城)의 영역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세계 메모리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밑바탕이 되는 생산 장비는 해외제품 비중이 높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 기업이 미국, 일본, 유럽 등 장비기업이 독점,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반도체 장비 시장의 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있다. 축적된 노하우와 연구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우수한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기업이 늘었다. 반도체 전·후 공정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도 나왔다. '반도체대전(SEDEX) 2018'에서는 국내 대표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대거 참여, 세계 시장 가능성을 선보인다.
◇증착·레이저마커·메모리 검사 등 세계 최고 장비기술 전시
원익IPS는 올해 3D 낸드용 원자층증착(ALD) 장비와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PECVD) 장비를 출품한다.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 기술을 보유한 ALD 방식은 기존 증착 방식 대비 박막 불순물을 최소화하고 균일한 두께로 박막을 형성할 수 있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
이오테크닉스는 반도체 레이저 마커 분야 세계 1위기업이다. 레이저 마커는 반도체 완성품 외부에 레이저로 '삼성' '하이닉스' 등 브랜드를 찍는 장비다.
엑시콘은 메모리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사다. 전시에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테스터에 최적화된 초고속·고신뢰성 신제품 듀오·트리오를 소개한다. 듀오는 경량화했으며, 다양한 검사환경을 제공한다. 트리오는 초고속 프로토콜 테스트가 가능하며, 여러 기기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다.
피에스케이(PSK)는 PR 스트립 장비 세계 1위 기업이다. 이 장비는 반도체 식각 공정 이후 남아 있는 포토레지스트(PR:Photo Resist)를 제거하는 데 쓰인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상회한다.
◇식각·측정분석·세정 세계 최고 기술 거세게 추격
식각(etching)과 계측분석(MI) 분야 장비는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에 근접, 선진기업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식각은 반도체 원료인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공정이다. MI 기술은 반도체 공정 중간중간 미세구조를 계측·검사해 불량품을 걸러내는 기술이다.
세메스는 매엽식 웨이퍼 세정 설비군을 비롯해 포토 트랙(Photo Track), 식각장비 등 반도체 전공정 장비, 소앤소터(Saw & Sorter), 프로브 스테이션(Probe Station) 등 후공정 장비를 함께 선보인다. 세메스는 국내 매출 1위 장비기업으로, 2025년 글로벌 톱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넥스틴은 우리나라 장비산업 불모지인 반도체 계측장비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광학 패턴결함 검사장비를 개발했다. 국내외 소자업체로부터 성능 인증을 받았다. 'AEGIS' 검사장비는 10㎚와 이하 공정을 위한 다크필드(Dark field) 검사와 브라이트필드(Bright field) 검사 기능을 모두 갖춘 제품이다. 수직으로 빛을 쏘아 반사광으로 패턴 표면을 밝게 찍는 것을 브라이트필드, 비스듬하게 빛을 조사(사광)해 산란광으로 패턴 표면을 어둡게 찍는 것이 다크필드 방식이다.
케이씨텍은 반도체 공정 사이사이 평탄화에 쓰이는 화학기계연마(CMP) 장비를 국산화했다. 국내 기업 이외에도 한국에 직접 생산공장을 지은 글로벌 2위 장비기업 램리서치, 스웨덴 산업용 장비기업 아트라스콥코 등 해외기업도 참여한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