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안정과 경제 활력 카드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여론은 대체로 긍정 반응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주유소 유류가격이 계속 오르니 그럴 만하다.
에너지 업계 시각은 불편하다. 물가 안정 마지노선으로 또다시 에너지 시장이 이용당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는 국가 경제 문제를 뒷수습하는 용도로 자주 이용됐다. 유류세 인하는 대통령선거 주자 단골 공약이었다. 최근에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이 도마에 오른다.
업계 피로도는 누적됐다. 산업이 대규모인 면도 있지만 동반 상생을 위해 협력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기금을 마련해서 정부 육성 산업에 투자했다. 에너지 업계도 어렵지만 구조조정에 들어간 조선업 분야 중소·중견기업을 협력사로 안았다. 최근에는 정부로부터 일자리 만들기 숙제를 부여받았다.
정작 에너지 산업 희생이 국민 살림살이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유류세 인하만 해도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재산세 등이 오르고 금리는 동결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총 가계소득 차원에선 큰 의미가 없다. 왼쪽 주머니 비워 오른쪽 주머니 채우는 것이고, 조삼모사다.
에너지 산업 차원으로 보면 각종 지방세와 유연탄 개별소비세, 배출권거래제 등 비용 상승 요인이 많은데 유류세만 인하된 꼴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당장 주유소에 표시되는 가격이 낮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수입과 지출로 볼 땐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더 많다. 착시효과다.
정부 입장에서 에너지는 봉(鳳)이다. '봉'에는 전설의 새와 어수룩해 속이기 좋은 사람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귀한 취급을 받다 가도 난감한 문제 뒷수습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이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