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IT법] 〈3〉생성형 AI의 산출물이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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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직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도구로 활용해 기획서를 작성하거나 소프트웨어(SW) 코드를 산출했을 때, 이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퇴사 시 파기하지 않는 행위가 형법상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하는지는 디지털 전환기를 맞이한 기업 법무의 최전선에 있는 쟁점이다.

대법원 판례(2009도3915 등)에 따르면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한다. 특히 자료 유출 사안에서는 해당 자료가 반드시 '영업비밀'일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는 해당해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다.

우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적 요건이 문제다. 회사에 재직 중인 직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무 처리자의 지위에 있다. AI가 초안을 잡았더라도 사용자의 지시와 회사의 인프라를 투입해 얻은 결과물이라면, 직원은 이를 성실하게 관리하고 회사의 이익에 반하지 않게 유지할 주체가 된다. AI는 도구일 뿐, 그 도구를 운용해 가치를 창출한 주체는 회사와 그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볼 대목은 당해 AI 산출물이 대법원이 설시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의 세부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첫째로 비공지성 요건이다. 판례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돼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이를 입수할 수 없는 상태를 요구한다. 단순히 생성형 AI가 일반적인 질의에 내놓은 범용적 답변이나 인터넷상에 산재한 공개 소스코드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그러나 직원이 회사의 내부 전략, 미공개 사업 계획, 또는 회사의 독자적인 데이터셋을 프롬프트에 결합해 얻어낸 특정 결과물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고유한 정보가 된다.

둘째로 상당한 노력 요건이다. 판례는 보유자가 자료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였을 것을 요한다. 원하는 수준의 정교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 직원이 수행한 다수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 생성물의 논리적 오류를 검증하고 회사의 기존 시스템에 이식하기 위해 수행한 디버깅 및 최적화 과정은 회사의 인적·물적 자원이 투여된 '노력'에 해당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프롬프트는 상당한 노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셋째로 경쟁상 이익(경제적 유용성) 요건이다. 판례는 이를 통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가치를 가질 것을 요구한다. AI로 최적화된 코드가 서비스의 성능을 개선하거나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면, 또는 AI가 분석한 기획서가 시장에서의 선점 효과를 보장하는 독창적인 비즈니스 로직을 담고 있다면 경제적 유용성을 가진다.

나아가 대법원은 퇴사 시 이러한 자료를 반환하거나 파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 자체를 임무위배로 규정한다. AI로 만든 결과물이 회사의 업무 시스템 내에서 생성되었음에도 이를 개인 저장매체에 복사해 유출하거나 삭제하지 않는 것은 회사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배신적 행위이며, 이로 인해 회사에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는 순간 배임죄는 기수에 이르게 된다.

결론적으로, AI를 활용해 도출한 기획서와 코드가 비공지성, 상당한 노력, 경제적 유용성을 갖춰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평가된다면, 대법원이 제시하는 업무상배임죄의 엄중한 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AI의 업무상 이용이 보편화되고 AI의 능력이 고도화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상 주요한 자산의 판단은 엄격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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