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은 강자들 싸움에 약자가 피해를 본다는 의미다. 요즘 세계 경제 양상이 이 속담과 맞아떨어진다. 현재 세계 경제는 '미·중 전쟁'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 관세에 보복 관세로 대응하고, 보복에 재보복하는 식이다. 어느 한쪽도 쉽사리 물러날 것 같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2000억달러(5745개 품목) 규모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은 이에 앞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총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같은 규모인 500억달러 관세로 반격했다. 이번 2000억달러 추가 관세에는 600억달러 규모, 5207개 품목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또다시 267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경제에서 전쟁이 없던 적은 없다. 다만 이번에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전쟁은 규모와 내용 면에서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보니 두드러져 보인다. 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난 만큼 한국도 피해가 예상된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은 한국 수출 1, 2위 국가다. 세계 경제 위축도 산업 구조가 수출 중심인 한국에 위기 요인으로 작용한다.
격변기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도 된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한국을 추격하는 중국 산업 성장세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에 집중된 교역을 다변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무역전쟁 피해를 줄이려고 엎드려 있기보다는 기회를 찾아 적극 움직여야 할 때다. 대응하기에 따라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