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바다골재채취업계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바다골재 채취가 1년 이상 축소ㆍ중단되면서 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올해 말까지 바다골재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전국 40개 업체 직원들이 대량으로 실직되면서 가족 등을 포함한 8만여명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다골재 채취 업계는 다음달 초 생존권사수결의대회를 열어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18일 업계에 의하면 골재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건설 공사 차질이 우려되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등이 참여해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를 개최해 ‘골재수급 안정화대책’을 마련ㆍ발표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자료 미비 등의 이유로 골재채취에 대한 국토부와의 협의를 번번이 지연시켜 골재 채취가 파행을 겪고 있다. 실제로 올해 남해EEZ(배타적경제수역)과 서해 EEZ를 포함한 바다골재 채취 지역 네 곳에서 2100만㎥의 바다 모래를 채취ㆍ공급하도록 되어 있지만 대책이 발표되기 전 허가가 난 서해EEZ 1곳만이 바다골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 양마저 허가 쿼터의 38%인 780만㎥에 그치고 있다. 이미 대다수 바다골재 생산업체는 허가량이 소진되었거나 9월 중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구매한 장비 가동이 거의 정지 상태에 있다.
또한, 바다골채 채취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골재 가격이 급등하고 국책 사업인 항만건설에도 차질이 생기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골재 채취 중단으로 바닷모래 가격이 3배 가까이 뛰었고, 건설 현장마다 레미콘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인 부산항 신항 2~4단계 컨테이너부두 민간투자시설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사업은 해수부 소관사업으로 총 사업비 9534억원이 투입돼 5만t급 컨테이너선 3척을 동시 접안하며 화물을 자동 선적할 수 있도록 최첨단 시설을 갖춰 동북아 물류거점도시를 구축한다는 계획 하에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해수부의 반대로 바다골재 공급이 중단되어 건설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바다골재 채취업계의 줄도산 우려다. 추석을 코에 앞두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회사도 상당수에 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해 EEZ는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된 지 1년9개월이 넘었고, 서해 EEZ에서 골재 채취도 얼마 전 중단됐다”며 “장비를 놀리고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전국 40개 바다골재 채취 업체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 골재 생산이 재개가 안 되면 대량해고에 이어 업체도 줄도산을 피할 수 없어 골재채취 업체와 협력사 임직원, 직계 가족 약 8만여명의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바다골재채취 업계는 지난 3일에 이어 추석 이후 10월 4일 제2차 생존권 사수 결의 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결의대회에서는 바닷모래 채취 중단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와 일자리 감소 등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는 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호소하고, 국회와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할 계획이다.
바다골재 업계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는 바다골재채취업체를 비롯하여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관련 유관단체와, 레미콘협동조합 등 레미콘업계, 기타 관련 단체 소속 임직원 등 1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며 국민호소문 발표, 상징적 퍼포먼스 등을 비롯해 국회에 호소문 전달을 위한 행진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신문인터넷 조항준 기자 (jhj@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