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창업실전강의]<39>창업 초 직원은 많을수록 좋을까?

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당연히 '사람'이다. 비단 스타트업 기업뿐 아니라 이미 자리매김한 기업에 있어서도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가져다 줄 대표적인 방편은 당연히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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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창업가 또한 이러한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여유 자금이 있는 창업가라든가 추가로 자금 여력이 확보된 창업가는 인력 충원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CEO 입장에서는 많은 직원을 보유하고 싶은 다양한 이유가 있다. 먼저 대외적인 위상 내지 신뢰도를 꼽을 수 있다. 외부업체 내지 고객의 경우 특정 회사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그 회사는 직원이 몇 명이나 되나요?' 등을 은근슬쩍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이때 직원이 2~3명 있다고 답변하는 기업과 30명 가까운 직원이 있다고 답변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회사 지속가능성, 견실함, 자금 여력 등에 대해 다른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직원이 30명이기 위해서는 매달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월급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금 여력 내지 업무 실적을 갖추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직원이 많을수록 CEO 자신의 위상 역시 높아진다. CEO의 사회적 위상은 해당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달성하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은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CEO인지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10명도 안 되는 직원을 데리고 수십억 이익을 내는 CEO보다는 다년간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300~400명 직원을 보유한 CEO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이유로 인해 많은 CEO는 창업 초부터 수시로 직원을 뽑을 유인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효과가 하나 있다. 바로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다. 링겔만 효과는 직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회적 태만이 유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해 주고 있다.

1913년에 독일의 심리학자 막시밀 링겔만은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그는 실험 참가자에게 줄다리기를 하도록 지시했다. 줄다리기 줄에는 참가자 각자 얼마나 세게 줄을 당기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았다. 이를 통해서 혼자서 줄을 당길 때와 집단 전체가 줄을 당길 때 힘의 크기를 비교했다.

물론 여럿이 줄을 당기면 당연히 혼자 당길 때보다 힘의 총합이 커지기 마련이지만 놀랍게도 한 명의 참가자가 집단에 추가된다고 해서 집단 전체 힘이 그와 비례해 커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집단이 세 명이면 2.5명의 힘이 측정됐다. 집단이 8명이면 6명도 채 안 되는 크기의 힘을 발휘했다. 이렇게 집단이 산출하는 결과는 개인의 노력을 모두 합한 값보다 작다는 것이 링겔만 효과다.

빕 라테인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 연구팀도 이와 유사한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그들은 실험참가자에게 소리를 지르도록 하는 방식으로 줄다리기 실험을 대체했다. 혼자 소리를 지를 때 낸 소리 크기와 그룹이 다 같이 소리를 지를 때 낸 소리의 크기를 비교했다. 참가자에게 가능한 한 큰 소리를 내라고 했음에도 혼자서 소리를 낼 때보다 네 명이 소리를 낼 때는 각자 내는 소리를 낼 때가 훨씬 작았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서 많은 창업가가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1명을 추가할 때마다 그에 비례에서 회사 업무 효율성 내지 성과가 함께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인력 충원을 고민하면서 신규 직원이 자기 몫은 충분히 해줄 것이며, 기존 직원과 시너지를 내 더 큰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는 CEO가 있다면, 집단이었을 때 유발되는 사회적 태만 현상을 다시 한번 떠올리기 바란다.

박정호 KDI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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