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방경찰청이 기술 지원 불가 네트워크 장비로 내부 망을 운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제조사가 비정상 유통 경로로 제품이 공급돼 네트워크 장애 발생 시 사후 서비스 책임이 없다고 했는데도 준공을 승인했다.
통신사와 네트워크 장비업체, 네트워크통합(NI)업체 관계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장비 납품 과정에 의문을 표했다. 경북경찰청이 설치한 네트워크 장비는 다른 기업과 공공기관에 납품키로 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사업을 수주한 NI업체는 당초 계약한 유통업체가 아닌 다른 유통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았다. 이중계약이다. 이러한 비상식 사건에는 사업과 관련된 일부 개인과 기업의 '일탈'이 작용했다. 그러나 네트워크 장비 유통 구조 탓도 배제할 수 없다.
네트워크 구축 사업이 발주되면 NI업체가 입찰에 참여한다. 수주하면 장비 구매를 위해 총판사를 찾는다. 이 총판사는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에 장비를 구매해서 NI업체에 납품하고, NI업체는 발주기관에 공급·설치한다. '발주기관-NI업체-총판사-제조사' 4단계가 일반 형태다. 그러나 총판사와 NI업체 사이에는 수많은 유통 협력사가 가세한다.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유통 협력사가 끼어들면 유통 구조는 거미줄처럼 변모한다. 계약 관계상 수많은 '갑'과 '을' 관계가 생성되면서 납품 단가 하락, 불필요한 영업비용 등 악재를 발생시킨다. 시장 투명성도 사라진다.
조금이라도 수익을 거두려는 유통 협력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복잡한 비정상 유통 구조가 지속 확산되면 시장은 경쟁력을 잃는다. 제조사, 총판, 발주기관뿐만 아니라 유통협력사까지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업계에선 이런 유통 시장을 '복마전'이라고 폄한다.
네트워크 장비 유통 시장 주체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눈앞의 이익과 편의만 좇다간 시장이 흔들리고, 이는 곧 공멸로 이어진다. 유통 시장 투명성 확보와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