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의 新영업之道]<4>영업이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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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한 지 제법 오래 된 직원이 있었다. 매년 좋은 영업 실적을 올렸고 성실성이 느껴지는 직원이어서 관리자 평가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입사 동기에 비해 승진이 늦어 면담을 하게 됐다. 스스로 영업직에 만족하고, 고객과의 관계도 잘 유지하고, 진실 어린 직원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승진 얘기를 하다 보니 이 직원도 자신의 승진이 다소 늦은 이유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운이 좀 안 따랐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등 대부분 직원과 비슷했다. 마무리하면서 '다른 업무를 할 생각은 있는지'를 물었을 때 이 직원의 말이 모든 것의 답이었다.

“저는 전략, 기획 등에 매우 취약합니다. 그래서 영업 외 다른 일은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인간관계를 쌓고,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영업'이라는 생각이 이 직원만의 생각일까.

영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조직된다. 함께(Com), 빵(Panis)을 나눠 먹는 것이 회사(Company)다. 기업이나 회사의 존립 조건인 이윤을 창출하고, 회사 구성원이 나눠 먹을 빵을 구해 오는 사람이 바로 영업 직원이다. 박사급 연구 인력을 구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로 날아가는 기업의 총수도 있다. 다소 늦었지만 생산 현장에도 전문성을 인정하고 '명장'이 생겼다. 회계, 법무, 기술 영역 등 모든 업무에서 전문성이 강조되고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영업 직원은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아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영업은 모든 업무를 이해해야 하고, 누구보다도 전략적이어야 하고, 책임감이 가장 강해야 하고, 마지막까지 회사를 지키는 핵심 전문직이다. 영업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영업 직원에 대한 편견이 조직을 지배하고, 장기적인 직원 역량 개발은 잊혀지고, 하늘에서 우수한 영업 직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급기야 외부 경험자를 데려오고, 실망하는 악순환이 곳곳에서 반복된다.

근원적 과제 가운데 앞에서 다룬 최고경영자의 솔선 수범 및 조직 문화, 공정한 인사 평가 운용은 비록 제대로 실행은 못해도 심각한 과제인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영업 직원의 역량 개발은 어떤가.

교육은 이벤트가 아니다. 영업 교육을 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영업 직원 역량 개발 및 교육은 누구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심각한 문제를 인식하지 않는다. 착각의 늪에 빠져 있다.

제품 교육, 영업 스킬을 가르치는 것이 영업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경영층은 매년 적지 않은 예산을 쓰는데도 영업 직원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다가 안 되면 이벤트를 만든다. '단합대회' '역량 강화 워크숍' '특별강연' '팀워크 향상대회' 등 다양한 이름을 붙이지만 즉흥적이면서 단발성 이벤트로 끝난다. 돌아서면 잊는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이벤트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모든 것을 통과의례로 생각한다. 막대한 시간과 경비를 투자한 경영층은 회의에 빠진다.

시작이 잘못됐다. 지식과 스킬에 경험이 더해지면 능력이 된다. 그러나 능력과 역량은 다르다. 모든 직군이 그렇지만 영업 직원은 더욱 그렇다. 영업 직원은 회사를 대표해서 고객을 만나는 순간 최고경영자 의식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에 영업 직원이 어떤 요인에 의해 스스로 동기부여(Aspiration)가 되는지,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른 자세(Attitude)를 견지할 수 있는지가 능력보다 중요하다. 지식, 스킬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 '싹수(Aspiration+Attitude)'다.

이것이 영업 직원 개발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영업 직원 역량 모델을 정의하고, 현재 개별 직원 수준을 점검하고, 개인화된 개발 계획을 수립해서 교육과 코칭이 집요하게 이뤄져야 제대로 된 영업 직원이 만들어진다. 진정한 영업 직원은 조직 문화와 시스템에 의해 다듬어지는 것이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매년 하던 대로 하고, 성과가 좋아서 여유가 생기면 요란한 이벤트를 만들고, 어려운 상황이 되면 가장 먼저 중지하는 것이 교육인데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30년 동안 한 회사를 다니면서 자신감을 잃지 않은 밑거름은 입사 후 1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교육'만 받은 것이었다. 주니어 3년 동안 틈틈이 배운 심화 과정이 16년 임원 생활의 거푸집이 됐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그런 교육이 없어지고 경비는 절감되었지만, 직원의 역량은 떨어지고, 기업의 가치는 곤두박질 친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 공부를 포기하지 않은 부모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영업 직원 역량 개발은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고, 경영층 인내가 필요한 영역이다.

32년 전 신입사원 교육에서 '영업 직원 가치' 특강이 있었다. 짙은 감색 양복에 스트라이프 타이를 메고 포켓치프 대신 빨간 장미를 꽂고서 무대에 선 35년차 백발의 미국 시니어 영업대표 모습이 생생하다. 그의 당당함, 자부심, 가치는 정말 부러웠다. 오늘 우리는 그런 영업 직원을 볼 수 없지만 그를 다시 세우는 것은 경영층의 몫이다.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KSIG) 대표 js.aquina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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