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전 중심의 미래 원자력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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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최근 우리 정부는 원자력 기술 육성을 위해 미래원자력기술 27개를 선정,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수립한 미래원자력기술 발전 전략을 성공리에 수행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로써 원자력 안전 연구의 강화, 방사선 등 융합 연구의 활성화, 해체 및 폐기물 관리기술 개발, 해외 수출 지원 등 미래원자력기술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우리 정부의 미래원자력기술 발전 전략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자력 연구 개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새롭게 주어진 역할을 성공리에 수행하기 위한 지혜와 수고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는 앞으로 60년 이상 원전을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사고의 확률을 극도로 낮춰 실질적인 위험을 없애는 수준이 돼야 하고, 만일 사고가 생기더라도 그 영향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로 줄여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이것이 새로운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고 올바른 정신이다.

이 때문에 한국원자력연구원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안전한 원자력'으로 삼아 연구에 나선다. 연구 방향 첫 번째도 방사선 재해가 없는 최상의 안전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한다.

주요 분야는 특히 중요성이 있는 원전 해체다. 수명을 다한 원전은 해체해야 한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는 투명하고 안전하게 처분해야 한다. 또 해체 분야는 많은 일자리도 창출한다. 세계 해체 시장 규모는 막대하고, 국내 사용후 핵연료 처분 양도 4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는 원전을 해체해 본 적도 없고 사용후 핵연료를 처분해 본 적도 없다. 우리의 지혜와 열정을 모아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적극 지원하고 있다.

원자력연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국가 경제 보탬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이루는 것에도 힘을 쏟고 있다. 원자력연의 기술은 지난 60년 동안 국민과 정부가 지원하고 육성한 우리 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인정받고 있다. 필자도 외국에 가면 자연스레 자부심이 솟는다. 요르단에 국산 연구로를 수출했으니 그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원자력연은 이미 1400메가와트(㎿)의 대형 원전 'APR1400'을 이미 상용화해서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했고,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에서도 기회를 보고 있다.

앞으로는 자체 개발한 110㎿ 소형 원자로인 '스마트(SMART)' 2개기의 사우디 건설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소형 원자로다. 전 세계에 운전되고 있는 12만6000개 발전소 가운데 300㎿ 이하가 96.5%이다. 노후 석탄발전소의 상당 부분을 소형 원자로로 대체하면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축적된 원자력 기술은 전력생산용 원전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활용하는 것도 과제다. 해양에서는 쇄빙선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엔진에, 해저 자원을 개발하는 해양플랜트의 에너지원으로 각각 활용할 수 있다. 극지나 오지 광산의 전력 생산 및 난방용이나 물 부족 국가의 해수담수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고온을 요구하는 산업 설비의 공정열 에너지원, 우주 추진체의 엔진, 화성 에너지 공급원도 주 분야다. 원자력이 아니면 에너지를 얻을 수 없는 곳, 원자력 이용이 절대 우위에 있는 많은 미래의 영역 등이 있다. 미래 원자력의 핵심 역할들이다.

방사선 기술 활용 분야는 더욱 넓다. 중성자 과학, 의료·바이오, 소재·환경 등 기초과학에서 산업화까지 창의 아이디어로 연구할 수 있는 분야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원자력연은 풍력발전의 날개 표면 처리, 태양광발전에 쓰이는 전력반도체, 수소차의 연료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사선 기술을 이용한 문화재의 처리 보존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 jaejooHA@ka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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