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 연구기관장 선임 과정 '판 뒤집기'가 정권 교체와 맞물려 반복돼 연구 현장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정치적 고려가 연구 현장에 투사돼, 연구기관 운영 안정성과 경쟁력에 균열이 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선임 부결 사태를 두고 학교 안팎이 시끄럽다.
이번 절차는 지난해 3월 최종 후보 3명 도출 후, 1년여 시간이 흐른 뒤 이뤄진 것이다. 그럼에도 선임이 부결됐다.
한 학교 관계자는 이에 대해 “KAIST 이사회에는 정부 측 당연직 이사 5명이 포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정치적 개입이 이번 사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학교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 한참 전부터 '판이 엎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기존 3명 후보를 현 정부가 부정적으로 본다는 얘기도 함께였다.
이에 대해 KAIST 교수협의회의 18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활동한 한 교수는 “그동안 1년 기다림을 넘어, 반년가량 더 총장 선임이 미뤄지게 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학교 내 많은 교수들이 정치의 개입으로 이번 사태가 촉발된 것으로 보며, 나아가 정치적 이해에 맞는 인사가 학교 의사와 관계 없이 총장으로 올까 걱정하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도 정치 개입에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 인사 라인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회 등 다단계 절차가 이어지는데,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격동기를 맞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기관 평가 '우수' 이상 등급을 받으면 연임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정권 교체기를 맞아 성과와 상관없이 연임이 안 된 사례가 많아 정치적 개입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최근에도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가 객관적으로 높은 지표를 받았음에도 불구, 재신임에 실패한 사례가 나왔다. 이전 윤석열 정부 초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출연연 한 관계자는 “기관장 연임 제도는 기관 운영 성과, 리더십 평가를 토대로 도입된 제도”라며 “단순히 전 정부에서 선임됐다는 이유로 낙마시키는 현 행태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과도한 정치의 개입은 연구현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연구계 중론이다. 위정자가 누구냐에 따라 인선, 재신임 등이 좌우되고 판이 뒤집어지면 대상자가 정치적 환경 변화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고 장기 연구 투자와 조직 혁신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현 정부의 선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선에서 배제하는 것은 연구기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연구 성과 중심 인사 원칙을 흐릴 수도 있다”라며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기관장 인선이 이뤄지고 연구기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연구 성과와 전문성 중심의 인사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