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에듀테크와 교육

학교 교육의 기본적 한계는 학습자 특성을 반영한 교수 학습이 어렵다는 것이다. 교사 한 사람이 다수 학생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강의 계획이나 진도 설정에서 중간 수준 학생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

또 촘촘하게 규정된 교육 과정 운영과 상급 학교 진학 준비에 중점을 두다 보니 수업 내용이나 방법도 교과서와 교실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인의 잠재 역량 함양이라는 교육 목표는 당위성에 그친다. 학교 교육이 공장 어셈블리 라인에서 자동차를 조립 생산하듯 표준화된 교육 공정을 통한 객관식 시험문제 풀이 요령과 지식 전달에 급급해졌다.

마차가 자율주행차로 바뀌고 수동 전화기는 슈퍼컴퓨터급 스마트폰으로 발전하는 동안 교실 수업 모습은 150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펑크 난 타이어로 시속 10마일로 털털거리면서 뒤에 오는 차들의 진행까지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벤저민 블룸이 제시한 완전학습은 학교 교육에서 불가능한 것일까. 요즘 교육과 기술 합성어 에듀테크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지능정보기술에서 교육 문제 해결과 관련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학습 핵심은 학생 개개인 능력과 학습 속도에 맞춰 교육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기술을 활용하면 고도의 개인 맞춤형 적응 학습과 실시간 상담 등이 가능하게 됐다.

세계 에듀테크 산업 시장 규모는 2015년 1200억달러에서 2022년 24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 전망된다.(이러닝진흥위원회, 2017) 또 교육의 파괴적 혁신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정보기술은 크게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현장의 준비도다.

이와 관련해 범람하는 동굴에서 태국 축구팀 소년과 코치를 구조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 설립자이자 대표인 엘론 머스크는 소년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의 미니 잠수함을 만들어서 구조용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의 제안은 세상의 주목을 받았지만 동굴 규모나 구조대의 임무 수행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고 거부됐다. 자존심 상한 머스크는 구조대 지휘자 전문성을 지적하고, 자신의 제안을 홍보성 곡예라고 비판한 구조대원에게 소아성애자라고 트윗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첨단 기술과 명성만으로는 다른 영역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머스크의 진정성은 이해되지만 그 제안의 실현을 위해서는 좀 더 겸허한 자세로 현장 전문가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그들이 전문 식견과 경험을 발휘할 수 있는 도구를 구안해 줘야 했을 것이다. 에듀테크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교육 및 학교 현장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교육 차원에서 에듀테크가 개발될 수 있도록 교육 전문가들도 지능정보기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레이먼드 로위가 제안한 '마야(MAYA)' 법칙 역시 에듀테크의 현장 수용성 측면에서 의미가 중요하다. 교육 성과를 효과 높게 달성할 수 있도록 에듀테크는 '가장 진보하되 허용할 수 있는' 도구를 학교 현장에 제공해야 한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서 스콧 갤러웨이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4대 IT 대기업의 숨겨진 DNA를 분석했다. 이들이 신, 사랑, 섹스, 소비를 상징하는 '네 명의 기사'일 수도 있지만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네 명의 기사(질병, 전쟁, 기근, 죽음을 상징)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라는 그의 우려는 에듀테크와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은행이란 금융을 가장한 소프트웨어 산업이다'라는 주장이 있는데 자칫 학교가 교육을 가장한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전락할까 우려된다. 그는 제5의 기사 후보로 알리바바나 에어비앤비 등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교육 산업의 비중과 파급력을 감안할 때 새로운 에듀테크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과 에듀테크 산업은 학교 현장의 완전 학습 실현을 위해 상생하는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에듀테크를 통해 미켈란젤로가 보여 준 '천지창조'의 손가락 교감과 같은 주파수가 교사와 제자 간 줄탁동기의 울림으로 복원됐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 본다.

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sshan@keri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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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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