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대통령의 휴식권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주 여름휴가를 떠난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에도 이맘때쯤 6박7일 여름휴가를 즐겼다.

대통령 휴가는 휴가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휴가 첫날 강원도 평창을 찾아 동계올림픽 시설물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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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기간에 '영상회의'도 하고 수시로 현안을 보고 받았다.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 들러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접견했고, 전자결재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등산도 했다. 휴가 내내 시민과 함께 셀피(셀카) 사진을 찍어 올린 것도 화제가 됐다.

올해는 달라졌으면 좋겠다. 이제 대통령도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야 한다. 휴가지에서는 국정 현안에서 잠시 손을 놓고 온전히 쉬면서 재충전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래야 휴가다. 문 대통령 자신도, 청와대 수석들에게도 휴가를 편히 쓰라고 권유하지 않았나.

과거 대통령 휴가는 휴가가 아니었다. 휴가를 상징하는 사진을 내면서 국민을 사랑하고 휴가지에서도 국정에 전념한다고 포장하는 일이 많았다. 그게 아니라면 무슨 '좋은 책'을 읽었다거나 민생경제 살리기를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야만 했다.

미국 대통령 휴가는 최소 2주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소유한 골프장에서 휴가를 보냈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 때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가족과 휴가지로 떠났다.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더라도 비상 통신망은 늘 가동된다. 국가 원수로서 요구되는 긴급한 결정은 언제 어디서든 내릴 수 있다.

물론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안을 생각하면 휴가지에서도 머릿속엔 그 생각으로 가득할 것이 뻔하다. '휴식(休息)'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나무(木)에 기대어 마음(心) 위에 자기(自)를 올려놓고 되돌아보는 것이 바로 휴식이다. 이번 여름에는 대통령도 제대로 된 휴식을 하고 돌아오기를 권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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