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지난해 2월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가 사라졌다. 계열사들이 각자 독립경영을 해나가는 체제다. 하지만 삼성 같은 글로벌 그룹에 구심점이 없다는 것에 우려의 시각이 크다.
삼성은 현재 계열사를 전자, 비전자, 금융의 3개 소그룹으로 나누고 각각을 지원하는 3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3개 TF를 미니 컨트롤타워라고 부른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까지 전자 계열사는 사업지원 TF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웰스토리의 비전자 계열사는 EPC경쟁력강화 TF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의 금융 계열사는 금융경쟁력제고 TF가 각각 지원한다. 사업지원 TF는 정현호 사장, EPC경쟁력강화 TF는 김명수 부사장, 금융경쟁력제고 TF는 유호석 전무가 이끈다.
계열사가 대표를 중심으로 책임경영을 하고, 소그룹별 지원 TF가 돕지만 한계는 있다. 곳곳에서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발생한 위기에 대한 대응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단적으로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 실적도 안심할 수 없다. 반도체가 실적을 이끌고 있어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스마트폰 사업 부진이 심상치 않다. 갤럭시 S9이 부진한 가운데 하반기 출시할 갤럭시 노트9이 반드시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부진은 삼성전기, 삼성SDI 등 계열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나 삼성증권 배당사고 등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그룹 차원의 유기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도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이 필수다.
정부가 7월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에 대한 대응도 그룹 차원에서 조율이 요구된다. 이 제도에 따르면 삼성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328.9%에서 221.2%로 대폭 낮아진다. 집중위험을 포함하면 110%까지 떨어진다. 계열사간 지분 정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또 보험업법 개정에 대응한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해야 한다. 그룹 차원의 난제가 산적해 있다.
삼성 내외부에서는 소그룹을 지원하는 TF 조직보다 큰 역할을 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기존 삼성 미래전략실은 △경영진단팀 △인사지원팀 △기획팀 △전략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금융일류화추진팀의 7개팀으로 구성됐다. 이와 달리 소그룹 지원 TF는 전략과 인사를 지원하는 것이 주 역할이다.
삼성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은 사업전략부터 인사, 법무, 계열사간 업무 조정까지 담당했던 반면 소그룹 지원 TF는 전략과 인사를 중심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역할과 기능에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실 체제를 비판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삼성에 새로운 형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최근 “삼성은 기존 미래전략실과 다른 새 그룹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으로 쪼개진 소미전실 시스템으로는 삼성이라는 거대 그룹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룹에 비공식적 의사결정 조직을 만들고, 여기서 결정된 사항을 각 계열사 이사회 등에서 공식 재승인하는 유럽식 '듀얼 어프로치' 방식을 제안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