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역이나 운명, 진로를 처음 열어 나가는 '개척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길을 뚫어 내야하는 만큼 이미 만들어진 길을 가는 것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가 개척자들을 기억하는 이유도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콜럼버스'와 '마젤란'은 세계적인 개척자이자 탐험가로 꼽힌다. 콜럼버스는 1492년 항해를 통해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다. 그것도 포르투갈이 이미 확보한 동쪽 항로가 아닌 서쪽 항로를 개척해서 이룬 성과다. 당시에는 지구가 평평하기 때문에 서쪽 끝으로 가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항해에 나설 선원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처음 가는 항로를 가다보니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알기도 어려웠다. 어려운 항해 끝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게 됐고, 세계 역사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이후 콜럼버스가 발견한 대륙이 인도가 아니었다는 것이 알려졌고, 새로운 개척자 마젤란이 인도로 가는 서쪽 항로 발굴에 다시 뛰어들었다. 1519년 9월 스페인을 출발한 마젤란과 선원들은 3년 만인 1522년 9월 지구를 한바퀴 돌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고 스페인으로 귀환했다. 마젤란의 신항로 개척은 세계 무역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시발점이 됐다.
역사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계에도 많은 개척자들이 있다. 전자산업 불모지에 가깝던 한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 세계 최고 기업에 오른 삼성전자, 최초의 국산 자동차 포니를 만든 이후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대세가 된 K팝도 보아, 동방신기 같은 개척자들 노력이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에도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국산 항암제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FDA 인증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인증 중 하나이며, 기준이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는 한국은 변방이다. 이런 한국에서 FDA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의미가 각별하다. 렉라자는 FDA 인증 획득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 렉라자가 타깃하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은 규모가 10조원대로 추산될 정도로 엄청나다.
큰 관문을 넘었지만, 도전은 계속된다. 렉라자는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와 경쟁해 자리를 잡아야 한다.
또한 새로운 국산 항암제와 신약이 나와서 렉라자가 개척한 세계시장 공략의 길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 많은 제약사들이 K항생제, K신약을 위한 길에 도전장을 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첫 수출이라는 이정표를 만든 뒤, 우리 산업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고 시장을 주도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제약 분야 역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제약산업은 어려운 길을 개척한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은 길을 따르는 후발주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다. 유한양행이 렉라자 FDA 승인이라는 성과로 만든 K제약 산업 이정표를 기점으로 다양한 K제약 성과가 세계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권건호 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