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국가전략자산으로 부상했다. 사람을 돕는 도구를 넘어, 국가경쟁력은 물론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AI 패권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대한민국도 경쟁 대열에 가세했다. 정부는 '세계 3대 AI 강국(G3)' 도약을 선언했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고 인재 양성과 국산 AI 모델 개발로 선도국가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목표와 현실 사이 간극은 크다. 글로벌 빅테크의 천문학적 물량 공세와 높아지는 기술 장벽을 넘는 게 벅차다.
미국 하버드대 벨퍼센터가 발간한 '전략기술 지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AI 경쟁력은 세계 9위 수준이다. 주요국 중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나라 중 하나지만 1위 미국, 2위 중국과는 격차가 상당하다.
전자신문은 물었다. 대한민국이 AI 강국이 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칩 워' 저자인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없었다면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았을 것”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글로벌 리더십을 가진 분야에 집중해 기술 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걸 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GPU가 AI 필수 반도체라고 해 개발에 뛰어드는 건 도전은 커녕 무모할 수 있다.
HBM 아버지로 평가 받는 김정호 KAIST 교수는 “GPU로는 더 이상 혁신이 쉽지 않기 때문에 메모리로 AI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국가전략자산이고,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때 대한민국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우리만의 '한국형 AI'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AI의 물리적 기반인 데이터센터를 미래 전략 인프라로 규정하고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세제, 전력, 입지 규제 완화 등 전방위 대응 태세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수도권 집중에 따른 전력망 포화, 저조한 국산 장비 활용률, 미흡한 세제 지원 등으로 AI 산업 활성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데이터 이동량은 폭증한다. 네트워크 인프라 확장과 지능화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에서 AI를 주로 연산하지만, 데이터 자체는 기기 단, 즉 '엣지'에서 발생한다. AI 트래픽의 혈관이 될 유·무선 통신망 전반에 혁신도 필요하다.
로봇은 피지컬 AI의 결정체다. 인구 감소와 저성장 늪에 빠진 대한민국 제조업을 일으켜 세울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핵심 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제조업 9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인력·자본·데이터 모든 면에서 AI 도입 여력이 부족하다. 대기업 중심 AI 확산은 한계가 분명하다. AI 낙수효과를 중기까지 확산시킬 해법이 없으면 3대 강국 도약은 슬로건에 그칠 수 있다.
전자신문은 대한민국이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6가지 핵심 과제를 진단하고 실질적 방법론을 제시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2026년은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우뚝 서느냐, 아니면 거대한 기술 흐름 속에 종속되느냐를 가를 운명의 해기 때문이다. 새로운 AI 백년지대계를 세우고 실행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어서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