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역대급' 할인 판매를 통해 전복 어가 돕기에 나선다.
이마트는 6월 6일 수요일까지 국산 전복 40톤 규모 물량을 오픈 이래 역대 최저가로 판매한다고 31일 밝혔다.
판매가는 대(大)사이즈 1kg/망(15~17미) 3만4500원, 중(中)사이즈 1kg/망(22미~25미) 2만4200원으로 기존 가격에 비해서도 40~50% 저렴할 뿐 아니라, 과거 최저가보다도 10%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이마트는 과거 '전복 골라담기 행사'를 통해 100g당 3800원에 판매한 적은 있지만 이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한편 이마트가 이렇듯 유례 없는 전복 할인판매에 나선 것은 소비를 촉진해 공급과잉과 소비감소로 내우외환이 겹친 국내 전복 어가들을 돕기 위해서다.
전복은 그간 고급 식재료라는 인식 덕분에 보양식으로 큰 인기를 누려왔으나, 양식의 대중화와 함께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전복이 공급되며 소비량이 생산량 증가분을 쫓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실제로 2~3년여 전부터 전복 양식 어가는 꾸준히 증가한 반면 소비는 정체돼 전복 가격 하락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어업생산동향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복 생산량은 3년 연속 두 자리 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복 총 생산량은 1만6027톤으로 전년 대비 30% 가량 증가하며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5년 전인 6564톤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전복 생산량은 계속 늘며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복 생산량은 3447톤으로 지난해 1분기 3040톤과 비교하면 13.4% 늘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서는 올 3월 2018년 전복 출하량이 1만8000톤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전복 수요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7년 기준 이마트 전복 매출은 전년 대비 14.6% 줄어들었고 객수는 8.2% 감소했다. 연간 이마트 수산물 매출순위도 5위에서 9위로 4계단 하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겪으로, 중국 내 전복 양식 출하량 증가에 따라 수출 주력 품목인 특/대 사이즈 판로도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수산물 수출 정보 포털(KFI) 자료를 확인하면 2014년 1167톤이었던 국산 전복 해외 수출 규모는 2016년 2301톤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으나 2017년 1738톤으로 2016년 대비 24.5%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어업연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234.0%, 연평균 27.3%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던 중국 전복 생산량은 시진핑 정부 초기 강력한 부패척결과 맞물려 전복이 사치품목 중 하나로 지정되면서 2013년 이후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속적인 전복 시세 약세로 생산량이 줄어들어 시세가 크게 오르자, 중국 내양식 출하량이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이 맞물려 국내 전복 시세는 해마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 기준 5월 현재 활전복(1kg, 上품) 평균 도매 가격은 2만6777원으로 지난해 5월 같은 기간 가격인 2만8701원 대비 6.7% 하락했으며, 4년 전 5월 가격인 3만5976원과 비교하면 25.6% 저렴해졌다.
이마트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보양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전복 성수기 7~8월을 앞두고 사전 소비활성화를 통해 전복 어가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본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민영선 이마트 신선식품 담당 상무는 “보양식의 대명사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전복이 국내외 악조건을 만나 납품처를 물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며 “향후에도 전복소비가 늘어나 국내 전복 어가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