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우여곡절 끝 폐기...갱도·막사 폭파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다섯 차례 연쇄 폭파해 폐기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 핵실험장 2번 갱도와 관측소를 폭파한 것을 시작으로 오후 4시 17분께까지 4번 갱도와 3번 갱도, 막사 등을 잇달아 폭파했다.

풍계리 현장에서 핵실험장 폐쇄 행사를 취재 중인 AP통신도 외신기자들이 참관한 가운데 핵실험장 폐기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그동안 여섯 차례 핵실험이 이뤄진 곳으로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이행 조치로서 북한이 이곳 핵실험장 폐쇄를 전격 선언하면서 이번 행사에 세계 이목이 쏠렸다.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 당국이 공언한 지 34일 만에 우여곡절을 거쳐 이뤄졌다.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의 전략노선 전환에 따른 자발적 선언으로 시작됐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새 전략적 노선을 채택한다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천명했다.

폐기 방식의 윤곽이 드러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을 통해서였다. 김 위원장은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5월 중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틀 뒤 청와대를 통해 이런 사실이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하고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5개국 취재진을 현장으로 초청했다.

그러나 북한이 16일 새벽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 통보했다. 북한은 남측이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건네려던 남측 공동취재단 명단을 받지 않았다. 공동취재단은 원산행 전용기가 출발하는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갔지만 22일 오전까지 계속된 북한의 명단 접수 거부로 현지에서 대기했다.

이후 남북 간 물밑 조율로 공동취재단 방북이 성사되면서 하루 만에 반전이 일어났다. 23일 정부 수송기를 타고 원산에 착륙한 남측 공동취재단은 풍계리로 가는 각국 기자 특별전용열차에 합류했다. 이어 하루 뒤인 24일 저녁 갱도 폭파를 비롯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 소식이 전해졌다.

외교부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에 대해 “비핵화와 관련된 첫 번째 조치”라고 평가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번 조치가 추후에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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